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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으로 '한강 신드롬' 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작가의 책을 2018년 <채식주의자>로 만났습니다.

책의 메세지가 너무도 경이로워서 나름 독서기록을 해두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역사 앞에 선 작가 한강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계속 발표함으로 그녀의 삶에 대한 인간의 자세가 보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었을 때  저도,  많은 독자도 사실 책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

 아래 써놓은 서평을 다시금 재조명 해보며  한가지 분명해진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겠습니다.

<채식주의자>라는 명사는  동물과에 속하는 인간의 잔인?성을  생명이 있는 식물인 나무와 대비함으로써  선호한다는 사상이  깃든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하나마 써놓았던 글이니  함께 나누어보겠습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400X533.png

 

 

후기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을 모아 연작소설로 묶은 것처럼 조각조각 맞춘 퍼즐로 세 단편에 대한 나의 모든 느낌을 하나로 묶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채식주의와 채식주의자는 확연히 다른 말이다채식주의자란 채식주의를 고집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여기에서 이미 감지되는 불안은 뭔가 비정상적인 흐름을 암시함으로 호기심은 더욱 커졌고 겉표지의 두 그루 나무의 상징은 책을 다 읽고도 한참 후까지 아직도 눈에 자꾸 밟힌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여운이 남고 작가에 대한 감탄이기 이전에 강한 애정이 느껴졌는데 이 마음은 <몽고

반점첫 부분에서 화자인 영혜의 형부를 서술하는 부분에서 그의 예술성에 대한 갈망을 묘사한 부분에 절대 동감하는 점에서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새로운 발견에 대한 카타르시스라든가 생각 한 구석에 밀려나 있던 잃어버린 아니 잊혀진 내가 한 작가에 의해 찾아진 기쁨을 혼자 간직하기에는 너무 큰 설레임이자 희열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는다.

특히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받는 최초의 상처는 성격뿐만 아니라 한 인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데 필자 자신도 예외는 아니기에 공감도가 크다고 말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는 새로운 환경 속에 던져진 가족공동체가 살며 겪는 세상살이에서 부모의 인생이 나의 인생으로 흘러 들어오며 인생과 인간의 측은함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그녀는 어릴 때 겪은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로 이성과 감성을 합친 정신과 본능사이의 연결고리의 쇠약으로 정신병증세를 알리는 등이 하나씩 켜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장 영은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을 포함한 연작소설을 읽고  

 

 

 

 

인간이야기

 

 

프랑스의 수학자이며 기독교 사가인 파스칼(Pascal)은 마음은 이성이 알지 못하는 자신만의 이성을 가지고 있다. (The heart has its reasons which reason knows nothing of.”) 라고 했다파스칼은 한 인간이 마음 ( heart) 에서 열망으로앙모로추구로사랑으로 아는 것이 또 있다는 것이다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아는 것의 차이는 주로 믿음에 관한 것을 설명할 때 인용되어진다면 이 소설에서는 본능과 이성의 배치가 무너진 상황 즉 고장난 이성으로 말미암아 통제할 수 없는 본능의 소리를 비정상적인 제스쳐로 표현되는 삶의 불통을 보여준다인간의 의식 속에 잠재 되어있는 오욕칠정이 무의식 속의 어떤 트라우마를 만나 정신을 지배하여 병들어 가는 것을 그려낸 것이다.

특히 오욕 중에도 성욕은 식욕과는 달리 본능을 자극하는 일 중에서도 관계적이며 상대적인 문제로의 자리매김이 복잡하게 얽힘으로 자기 자신조차 풀어내지 못하는 안타깝고 소위 비윤리적이며 파괴되어 가는 삶으로 병들어가는 가운데 우리는 얼마나 사람을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게 된다.

 

아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성역과도 같은 곳

나무 한 그루와 벌거벗고 물구나무로 선 나신이 교차되어 엇갈린다

음이 양을 바라는 어떤 갈구가 하늘 향해 뻗어있는 나무처럼 되고프다는 무언의 손짓으로 깨달아지면서 몸은 아는데 표현되지 못하는 정신으로 보여지는 기이한 행동을 병들었다하며 가족마저도 이해할 수 없는 영혜에게 필자는 무한한 비애를 느끼고 그녀를 이해한다.

 

 

무엇을 쓰려했을까 끄집어내려면 끌어내지 못하고 끌려 들어가면 달려 나오는 이 책은 읽고 눈으로 보는 심리현상이다마치 흡수되는 물로 싱싱해지는 나무처럼.

이제 한 편씩 베일을 벗긴다.

 

 

1. 채식주의자

 

 

영혜이야기

 

 

독자는 기대한다제목에서 오는 궁금증과 내용의 전개를 즐기면서 작가의 의도를 파헤쳐가는데 주인공 영혜 이야기를 남편이 화자가 되어 서술하고 그의 서술을 통해 영혜의 성격이나 외모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를 알게 하며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심각한 상태로 되어진 그녀를 알아보기에 그리 어렵지 않게된다.

 

 

“......꿈을 꿨어, ” 라고 두 번 말하며 시작되는 그녀.

 

 

 

 

어두운 숲이었어아무도 없었어.

중략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내 얼굴이눈빛이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분명 내 얼굴이었어아니야거꾸로 수없이 봤던 얼굴 같은데내 얼굴이 아니었어설명할 수 없어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19)

 

 

징그러운 꿈을 꾸고 난 후 행동의 변화로 나타나는 그녀는 냉장고를 비우며 우유도 계란도 모두 버린다

 

 

“......냄새가 나서 그래.“하면서도 정상적으로 일상을 해 나가는 영혜지만 모두

감각적인 대답으로 일축하며 꿈을 꾸기 전 날에 있었던 사건을 또 이야기한다.

 

 

 

 

그 꿈을 꾸기 전날 아침 난 얼어붙은 고기를 썰고 있었지.

당신이 화를 내며 재촉했어.

제기랄그렇게 꾸물대고 있을거야?

알지당신이 서두를 때면 나는 정신을 못 차리지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허둥대고,

그래서 오히려 일들이 뒤엉키지빨리더 빨리칼을 쥔 손이 바빠서 목덜미가 뜨거워졌어갑자기 도마가 앞으로 밀렸어손가락을 벤 것식칼의 이가 나간 건 그 찰나야.

검지손가락을 들어 올리자 붉은 핏방울 하나가 빠르게 피어나고 있었어둥글게더 둥글게손가락을 입속에 넣자 마음이 편안해졌어선홍빛의 색깔과 함께이상하게도 그 들큼한 맛이 나를 진정시키는 것 같았어.

두 번째로 집은 불고기를 우물거리다가 당신은 입에 든 걸 뱉어냈지반짝이는 걸 골라 들고 고함을 질렀지뭐야이건칼조각 아냐!

일그러진 얼굴로 날뛰는 당신을 나는 우두커니 바라보았어.

그냥 삼켰으면 어쩔 뻔했어죽을 뻔했잖아!

왜 나는 그때 놀라지 않았을까오히려 더욱 침착해졌어마치 서늘한 손이 내 이마를 짚어준 것 같았어문득 썰물처럼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미끄러지듯 밀려나갔어식탁이,

당신이부엌의 모든 가구들이나와내가 앉은 의자만 무한한 공간 속에 남은 것 같았어.

다음날 새벽이었어헛간 속의 피웅덩이거기 비친 얼굴을 처음 본 건. (26)

 

 

이 일은 상당히 중요한 대목으로 영혜가 고기를 기피하게 되는 본격적인 사건이다.

과거에 받은 충격적인 일을 자극하는 동기가 되는데 칼조각을 뱉어내는 남편을 보고 얼어붙은 내면은 오히려 침착함으로 가장된다자기 손가락을 베었지만 피를 보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함은 남편이 아닌 자신이 다쳐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의 심리로 진정감을 맛보았다라고 썼고 남편의 입에서 칼조각이 나왔을 때 비로서 영혜는 충격에 그 정신이 마치 해체되어지는 듯한 상황의 표현을 모든 것이 미끄러져 나간다는 말로 대신하며 다음날 꾼 꿈 이야기에 연결되어 나타난 장면에 주목한다.

 

 

... 모든 것이 미끄러지듯 밀려나갔어식탁이, ... 헛간 속의 피웅덩이거기 비친 가해자인 얼굴.

 

 

그럴 즈음에 남편회사 부부동반 사교모임에서 나타나는 장애는 그런대로 지날 수가 있었다아마도 거리를 둔 대화 속에 직접적으로 반응케 하는 사건이 아니기는 해도 이미 모든 것에 무감각한 영혜의 행동은 병의 진전을 감지할 수 있으며 그녀는 하루가 다르게 여위고 기이한 행동 뒤에 남기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넌 센스 그 자체이다.

“ 더워서,” “쪄먹으려고,” “그냥허기가 져서 그래

잠을 거의 자지 못하는 상태에서의 꿈은 계속 그녀를 괴롭힌다.

 

 

 

 

꿈에 누군가의 목을 자를 때끝까지 잘리지 않아 덜렁거리는 머리채를 잡고 마저

칼질을 할 때미끌미끌한 안구를 손바닥에 올려놓을 때그러다 깨어날 때.

생시에뒤뚱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죽이고 싶어질 때오래 지켜보았던 이웃집 고양이를 목조르고 싶을 때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 땀이 맺힐 때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때다른 사람이 내 안에서 솟구쳐올라와 나를 먹어버린 때그때......

입 안에 침이 고여정육점 앞을 지날 때 나는 입을 막아혀뿌리부터 차올라 입술을 적시는 침 때문에입술 사이로 새어나와 흘러내리려는 침 때문에.(42-43)

 

 

 

 

의지와 무의식의 본능이 행동으로 일치함을 이루지 못할 경우에 오는 좌절을 표현한 대목으로 작게는 욕구불만이 무자비한 행위를 하고픈 허기증상으로 불안정한 정신상태의 극을 보여준다.

 

 

 

잘 수 있다면단 한시간이라도 의식을 놓을 수 있다면셀 수없이 깨어나 맨발로 서성거리는 방에 집은 식어 있어식은 밥식은 국처럼 싸늘해검은 창밖으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어두운 현관문이 간혹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지만문을 두드린 사람 따위는 없어.

돌아와 이불 밑에 손을 넣어보면다 식어 있어.

이제는 오분 이상 잠들지 못해얼핏 의식이 나가자마자 꿈이야..아니꿈이라고도 할 수 없어짧은 장면들이 단속적으로 덮쳐와번들거리는 짐승의 눈피의 형상파헤쳐진 두개골그리고 다시 맹수의 눈내 뱃속에서 올라온 것 같은 눈떨면서 눈을 뜨면 내 손을 확인해내 손톱이 아직 부드러운지내 이빨이 아직 온순한지.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난 내 젖가슴이 좋아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수 없으니까손도발도이빨과 세치 혀도시선마저도무엇이든 죽이고 해칠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이젠 더 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42-43)

 

 

피신처를 찾아 헤메는 과정에서 부드러운 젖가슴에 안착하고자하는 마음이 엿보이는

아직은 정신이 버티는 대목이다자신을 지키려는 의지가 담긴.

 

 

가중되는 부담과 악화되는 증세

 

 

가족과의 만남 속에 언니와 엄마의 설득도 먹히지 않았다 그러다가 유월 엄마 생일날

집을 넓혀 이사한 언니 집에서 만난 가족들의 모임에서 생긴 일에서 그녀는 폭발한다.

어릴적 트라우마를 갖게 했던 장본인인 아버지의 위협적인 태도와 억지로 고기를 먹게 하려는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데 억지로 고기를 먹이려고 입을 벌리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가 역시 이번에도 가해자의 역을 맡음으로 결국 과도로 자신의 팔을 그은 영혜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부의 등에 업혀 병원으로 행하게 된다본격적으로 증세가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아버지와 연관된 최초의 사건 즉 고기를 기치하게 되는 사건이 서술되어진다.

 

 

 

 

...... 내 다리를 물어뜯은 개가 아버지의 오토바이에 묶이고 있어그 개의 꼬리털을 태워 종아리의 상처에 붙이고그 위로 붕대를 칭칭 감고아홉 살의 나는 대문간에 나가 서 있어무더운 여름날이야가만히 있어도 땀이 뻘뻘 흘러내려개도 붉은 혓바닥을 턱까지 늘어뜨리고 숨을 몰아쉬고 있어나보다 몸집이 큰잘생긴 흰 개야주인집 딸을 물어뜯기 전까진 영리하다고 동네에 소문났던 녀석이었지.

아버지는 녀석을 나무에 매달아 불에 그슬리면서 두들겨 패지 않을 거라고 했어.

달리다 죽은 개가 더 부드럽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대오토바이의 시동이 걸리고아버지는 달리기 시작해개도 함께 달려동네를 두 바퀴세 바퀴같은 길로 돌아나는

꼼짝않고 문간에 서서 점점 지쳐가는헐떡이며 눈을 희번덕이는 흰둥이를 보고 있어.

번쩍이는 녀석의 눈과 마주칠 때마다 난 더욱 눈을 부릅떠.

나쁜 놈의 개나를 물어?

다섯 바퀴째 돌자 개는 입에 거품을 물고 있어줄에 걸린 묵에서 피가 흘러목이 아파 낑낑대며개는 질질 끌리며 달려여섯바퀴째개는 입으로 검붉은 피를 토해목에서도,

입에서도 피가 흘러거품 섞인 피번쩍이는 두 눈을 나는 꼿꼿이 서서 지켜봐일곱 바퀴째 나타날 녀석을 기다리고 있을 때축 늘어진 녀석을 오토바이 뒤에 실은 아버지가 보여녀석의 덜렁거리는 네 다리눈꺼풀이 열린핏물이 고인 눈을 나는 보고 있어.

그날 저녁 우리집에선 잔치가 벌어졌어시장 골목의 알 만한 아저씨들이 다 모였어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먹어야 한다는 말에 나도 한입을 떠넣었지아니 사실은 밥을 말아 한그릇을 다 먹었어들깨냄새가 다 덮지 못한 누린내가 코를 찔렀어국밥 위로 어른거리던 눈녀석이 달리며거품 섞인 피를 토하며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해아무렇지도 않더군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52)

 

 

아무렇지도 않더군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라는 역설의 표현은 어쩌면 이미 그때 멈추어 버린 그녀의 정신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짐작해 볼 수 있다.

병원에 누워있는 동안 주변은 극히 정상적인 모습처럼 보이는 영혜이지만 이미 병세가 악화된 상황은 엄마가 정성스럽게 다려 온 한약도 다 버리고 마는데 흐느끼는 어미 앞에서의 독백을 보자.

 

 

 

 

저 여자가 왜 우는지 나는 몰라왜 내 얼굴을 삼킬 듯이 들여다보는지도 몰라.

왜 떨리는 손으로 내 손목의 붕대를 쓰다듬는지도 몰라

손목은 괜찮아아무렇지도 않아아픈 건 가슴이야뭔가가 명치에 걸려 있어그게 뭔지 몰라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어떤 고함이울부짖음이 겹겹이 뭉쳐져 거기 박혀 있어고기 때문이야너무 많은 고기를 먹었어그 목숨들이 고스란히 그 자리에 걸려 있는 거야틀림없어피와 살은 모두 소화돼 몸 구석구석으로 흩어지고찌꺼기는 배설됐지만,

목숨들만은 끈질기게 명치에 달라붙어 있는 거야.

한번만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캄캄한 창밖으로 달려 나가고 싶어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그럴 수 있을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널 숨쉬게 할 수 없어.(60)

 

 

 

 

가슴까지 차오른 분노와 절망에 쥐어뜯는 가슴의 절규는 명치에 무언가 걸려있다고 호소하며 풀리지 않은 맺힌 한을 보여준다이젠 자신의 엄마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태임을 엿볼 수 있는 대사이다.

이럴 즈음 남편이 꿈을 꾸는 꿈에선 영혜를 차라리 죽이고 싶은 잠재된 무의식의 심리를 엿보게 된다.

 

 

 

 

얼핏 든 잠에 꿈을 꾸었다내가 누군가를 죽이고 있었다.

칼을 배에 꽂아 힘껏 가른 뒤 길고 구불구불한 내장을 꺼냈다.

생선처럼 뼈만 남기고 물컹한 살과 근육을 모두 발라냈다그러나 내가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는 잠에서 깨어난 순간

잊고 말았다.

중략

여보 뭘하고 있어지금.”

더워서......”

더워서 벗은 것뿐이야.”

“......그러면 안돼?”

나는 아내의 움켜쥔 오른손을 펼쳤다아내의 손아귀에 목이 눌려있던 새 한 마리가

벤치로 떨어졌다깃털이 군데군데 떨어져나간 작은 동박새였다포식자에게 뜯긴 듯한

거친 이빨자국 아래로붉은 혈흔이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61)

 

 

이제 고기는 물론 달걀도 우유도 한약도 먹지 못하는 영혜,

그녀는 이제 감각으로만 대화를 한다따스함이 좋아 햇살에 몸을 쬐던 그녀는 더위를 느끼자 심한 짜증이 났으리라무의식 속의 진저리가 잔인함으로 나타나 손에 잡히는 작은 동박새를 순간 움켜쥐고 물어뜯는다누가 보아도 정신질환자가 아닐 수 없다이렇게

삼부작 중 제 일권 채식주의자는 말을 맺는다

 

 

이성을 떠난 인간의 모습은 차라리 짐승이다.-

 

 

2. 몽고반점

 

 

일깨워진 본능의 희열도 잠깐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영혜

형부를 만나고 난 후

 

 

화자는 영혜의 형부를 서술함에 있어 그의 외모와 직업을 통해 그가 품고 있는 예술 에 대한 창조의 열망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묘사해 나간다.

 

 

 

 

형부 이해하기

 

 

 

 

짙은 보라색 커튼이 무대를 덮었다반라의 무용수들은 자신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객석의 박수소리는 컸고 간혹 브라보” 하는 고함소리가 들려왔으나 커튼콜은 없었다환호는 순식간에 사그라졌고 관객들은 주섬주섬 짐과 옷을 챙겨 통로를 찾았다그도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일어섰다환호의 오분여 동안 그는 단 한차례의 박수도 치지 않았다팔짱을 낀 채 열광에 목마른 무용수들의 간절한 눈과 입술을 잠자코 올려다보았다그는 그들의 노고에 연민과 경의를 함께 느꼈으나자신의 박수가 안무가에게 보내지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공연장 밖의 홀을 가로질러가며이제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 공연포스터를 일별했다시내 서점에서 우연히 저 포스터를 발견하고 그는 몸을 떨었었다방금 끝난 마지막 공연을 행여 놓칠까봐 불안해하며 서둘러 전화예약을 했다포스터에는 벌거벗은 남녀가 등을 보인 채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그들의 목덜미에서부터 엉덩이까지 붉고 푸른 꽃과 줄기무성한 잎사귀가 그려져 있었다그 앞에서 그는 두려웠고흥분했으며압도되었다.

일년여 전부터 그를 사로잡았던 이미지가 전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 안무가 – 에게서 흘러나온 것을 그는 믿을 수 없었다과연그가 꿈꾸어왔던 대로 그 이미지가 펼쳐질 것인가불이 꺼지고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그는 물 한모금 마실 수 없을 만큼 긴장해 있었다.

그러나 아니었다홀에 들어찬화려하고 외향적으로 보이는 외향적으로 보이는 무용계사람들을 피해 그는 지하철역으로 이어지는 출구를 향해 나아갔다몇분 전까지 극장을 가득 채웠던 전자음악현란한 의상과장된 노출과 성적 몸짓들 속에 그가 찾던 것은 없었다.

그가 찾았던 것은 더 고요한 것더 은밀한 것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이었다.

......휴일이라도 함께 있고 싶어하는 아내의 희망을 알면서그는 이 공연을 위해 한나절을 바쳤다소득이 있었을까있었다면 다시 환멸을 맛보았다는 것결국은 자신이 그것을 실현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었다그가 꿈꾸는 것을대체 어떻게 다른 누군가가 대신 끄집어내줄 수 있겠는가얼마 전 일본작가 Y의 설치작품에서 유사한 비디오작업을 보았을 때와 같은 씁씁한 느낌이었다난교의 장면을 담은 그 테이프에는 나신 가득 알록달록한 물감칠을 한 여남은 명의 남녀가 역시 사이키뎔릭한 음악 속에서 서로의 몸을 탐하고 있었다물밖에 던져진 목마른 물고기들처럼 그들은 쉴새없이 퍼덕거렸다물론 그 자신에게도 그런 갈증이 있었다그러나 그렇게 드러내고 싶은 건 아니었다분명히 그것은 아니었다.

......혼자일 때에만 몰입이 되는 그의 예민한 성격으로는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 마지막 작품을 완성해 이 테이프에 저장한 것이 벌써 이년 전의 일이었다이년이라면 치명적으로 긴

휴식은 아니지만내면을 초조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의 공백이었다. ( 69 )

 

 

 

 

그런 남자였다영혜의 형부라는 사람은.

이런 공백 속에서 아내로부터 우연히 처제인 영혜가 스무살까지 남아있었다는 몽고반점의 이야기를 듣고 여인의 엉덩이 가운데에서 푸른꽃이 열리는 장면은 바로 그 순간 그를 충격했다라고 말한다.

 

 

 

 

 

벌거벗은 남녀가 온몸을 꽃으로 칠하고 교합하는 장면은 불가해 할 만큼 정확하고 뚜렷한 인과관계로 묶여 그의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의 스케치 속의 여자는 얼굴이 잘려 있을 뿐 처제였다아니처제여야 했다한번도 보지 못한 처제의 알몸을 상상해 처음 그리고작고 푸른 꽃잎 같은 점을 엉덩이 가운데 찍으며 그는 가벼운 전율과 함께......

중략

자신이어야만 한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그는 오랫동안 해답을 찾아왔다어떻게 이 이미지로부터 달아날 수 있을 것인가를그러나 이것이 아니면 안되었다이것만큼 강렬하고 매혹적인 어떤 이미지도 존재하지 않았다이것이 아니라면 어떤 작업도 하고 싶지 않았다모든

전시와 영화공연 따위가 시시하게 느껴졌다오로지 이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떻게 이 이미지를 실현시킬 수 있을지 그는 백일몽처럼 궁리하곤 했다그림 그리는 친구의 작업실을 빌려 조명을 설치하고바디페인팅할 물감과 바닥에 깔 흰 시트를 준비하고......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보면 가장 중요한처제를 설득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 74 )

 

 

 

 

꽃이란 개체에 마음이 열린 영혜

 

 

 

 

외설과 예술의 경계는 무엇일까

본능과 이성의 경계가 양심으로 그어진다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건 체면일까

정신이 나가버린 영혜의 경계없는 의식은 차라리 천진난만의 천진무구의 행동이라면 몇 살짜리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문득 성경의 너희가 어린아이 같지 않으면 안된다 하는 구절이 연상되는 건 또 왜일까

인간의 모순과 비애가 느껴지는건 남자의 억제할 수 없는 본능의 죄를 남자에게 꼭 지워야하는가라고 묻고 싶지도 않으며 영혜의 순진무구한 상상으로 인한 놀이에 돌을 던질 수는 없다고 말한다면 윤리와 도덕에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지도 모르는 발상인가그러나

단지 하나만은 진실인 것이 남아 그녀에게 치유의 빛이 되어 주었다고 단언한다.

그녀에게 아주 잠깐 사이에 기쁨과 희열이란 희망의 불이 켜진 것.

 

 

그녀는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녀는 몸에 그려진 붉은 꽃이 좋았다 한다그래서 쾌히 승낙하고 싶다는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한 것에 주목한다단지 꽃을 가까이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당겨진 욕구.

 

 

“ 그게 아니라꽃이......”

“ ?”

순간 그녀의 얼굴은 무섭도록 창백해졌다깨물어서 붉어진 아랫입술이 보일 듯 말 듯

떨렸다차근차근 그녀는 말했다.

“ 정말 하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어.

그 사람 몸에 뒤덮인 꽃이요......그게 날 못 견디게 했던 거야그것뿐이에요.‘

그녀가 등을 보이는 것을단호한 걸음걸이로 현관을 향해 걸어나가는 것을 그는 지켜보았다운동화를 구겨 신는 그녀에게 그는 외쳤다.

“ 그렇다면......”

자신의 목소리가 비명 같다고 그는 느꼈다.

내 몸에 꽃을 그리면그땐 받아주겠어?”

그녀는 물끄러미 그를 돌아다보았다당연하죠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눈이었다아니최소한 그는 그렇게 느꼈다.

그걸......찍어도 괜찮겠어?”

그녀는 웃었다희미하게어떤 것도 거부하지 않으며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하겠다는 듯이혹은무언가를 조용히 조소하는 듯이.(131)

 

 

 

 

그렇게 그는 미친 듯이 자신을 조소하며 후배였던 옛연인에게 부탁하여 몸에 꽃을 그리고 돌아온다그리고는 둘이 하나가 된다.

그와 함께 하는 중에 그녀는 울부짖는다만족감에 몸을 떨며 울음을 터뜨리며

영원히이 모든 것이 영원히......라고 말을 하며 삼십분 가까이 신음 한번 내지 않았다고 썼다그녀의 몸이 원하는걸 말하게 했지만 아무도영혜조차 그걸 기대하지도 기억해내지도 못했다그런가하면 몽고반점으로 시작된 형부의 전위예술에 대한 호기심의 발동은 욕망의 불씨로 육욕의 악마를 불러내어 둘은 활활 태워진다그 일이 있은 후 깊은 잠에 떨어져있는 두사람은 몇시간 후 현실의 아침을 맞는데......

집을 찾아 온 언니에게 발견되고 만다.

 

 

 

 

“ 나쁜새끼.”

아내는 낮은 소리로눈물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 아직 정신도 성치 않은 애를...... 저런 애를.”

아내의 젖은 입술이 파들거렸다.

그제야 아내가 온 것을 안 듯 처제는 멍한 얼굴로 이편을 건너다보았다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시선이었다처음으로 그는 그녀의 눈이 어린아이 같다고 생각했다어린아이가 아니면 가질 수 없는 모든 것이 담긴그러나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눈이었다아니어쩌면 어린아이도 되기 이전의아무것도 눈동자에 담아본 적 없는 것 같은 시선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그들에게서 몸을 돌려 베란다 쪽으로 다가갔다미닫이문을 열어 찬바람이 일시에 밀려들어오도록 했다.

그는 그녀의 연둣빛 몽고반점을 보았고거기 수액처럼 말라붙은 그의 타액과 정액의 흔적을 보았다갑자기 자신이 모든 것을 겪어버렸다고늙어버렸다고지금 죽는다 해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다.

그녀는 베란다 난간 너머로 번쩍이는 황금빛 젖가슴을 내밀고주황빛 꽃잎이 분분히 박힌 가랑이를 활짝 벌렸다흡사 햇빛이나 바람과 교접하려는 것 같았다.(146-147 )

 

 

육을 통해 구원을 얻은 듯 했던 영혜는 그 때그녀는 추락한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고 마는 육과 혼.

필자는 이 대목에서 전율한다육을 통해 소생할 수 있을 지도 모르는 그녀의 정신이 아니었을까아니 그렇지 않을 지라도 그녀가 처음으로 만족했던 순간이었다그녀가 말을 하지 않았던가영원히이 모든 것이 영원히 머무르라 하지 않았던가그 대목이 가엽다.

 

 

우리 인간은 정신세계에 묶여 인간됨을 강요받는다.

일단 정신이 올바르지 못하면 일단 정상인 취급을 하지 않으면서 사람 구실을 못하는 자의 내면이나 본능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마치 그렇게 해야 할 가치가 없는 짐승의 차원으로 강등시킨 후에 이성에 의한 측은의 눈빛을 보내기로 작정한다.

작가가 말하려고 하는 의도가 보였다.

여기까지 써내려오던 필자 자신조차 영혜의 형부가 가졌던 동일한 열정에 휩싸이며 각기 두 사람의 심리를 파헤치고 있는 공범자가 된 기분으로 그들을 변호하는 자신에 놀라게 된다흥분된 마음으로 집요하게.

 

 

일흔 번의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야 하는 사랑이라야 인간일 수 있다면 -

 

 

 

3.나무 불꽃

 

 

시간 속에 답을 얻지 못한 영혜는 소통 속의 불통으로 서서히 죽어간다.

언니와 함께 하는 시간

 

 

인혜는 영혜의 언니이다.

너무도 평범하게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온 여인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가정을 위해 헌신하던 여인의 불행은 동생 영혜로부터 시작되는데 남편과 영혜의 사건이 있던 직후 보내진 정신병원에서 잠적되었다가 숲에서 발견되었다는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가는 일로 시작된다.

 

 

찾으셨다구요.

정말 다행이네요.

면회는 예정대로 다음주에 갈께요.

진심을 담아 감사하다고 인사하긴 했지만피로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는 착잡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그날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는 것을그러니까 영혜가 발견된 산에 비가 쏟아지고 있었으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전화를 끊고 나서였다.

직접 본 것도 아닌 그 모습이 어떻게 그토록 명확한 풍경으로 떠올랐는지 그녀는 알 수 없다중략

그녀는 혼령처럼 어른거리는 빗속의 숲을 보았다검은 비검은 숲흠뻑 젖은희끄무레한 환자복젖은 머리칼캄캄한 산비탈귀신처럼 우뚝 선어둠과 물의 덩어리가 되어버린 영혜중략

언니내가 물구나무서 있는데내 몸에 잎사귀 자라고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끝없이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활짝 벌렸는데......

잠결에 들은 영혜의 목소리는 처음엔 나직하고 다정했으며중간쯤에선 어린아이처럼 천진했으나마지막 부분은 짐승의 소리처럼 뭉개어져 알아들을 수 없었다생시에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혐오감 때문에 그녀는 욕실의 거울 앞에 서 있었다거울 속자신의 왼쪽 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얼른 손을 들어 피를 닦아냈지만거울 속의 그녀는 어쩐 일인지 손을 움직이지 않고선혈이 흐르는 자신의 눈을 우두커니 들여다보고 있을 뿐이었다.(155)

 

 

동생 영혜의 남편과 사건 이후 병의 차도는 보이지 않고 괴이한 일만 일으키자 절망과 불면으로 고통당하는 인혜는 애정없이 평범하게 결혼하여 아들 하나를 기르며 사는데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며 사는 남편을 내조하며 살다가 문득 스스로 자신에 대한 연민에 빠지며 자신을 깨닫는 부분이 남편과의 사이를 알려주는 대목으로 인상적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는데그녀가 간절히 쉬게 해주고 싶었던 사람은 그가 아니라 그녀 자신이었는지 더 모른다는 것이었다열아홉살에 집을 떠난 뒤 누구의 힘도 빌지 않고 서울생활을 헤쳐나온 자신의 뒷모습을지친 그를 통해 그저 비춰보았던 것뿐 아닐까.

자신의 애정을 확신하지 못한 것과 같이그가 그녀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역시 그녀는 확신한 적이 없었다그가 일상생활에 워낙 서투르기 때문에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이따금 느끼기는 했다그는 고지식해보일 만큼 올곧은 성격의 사람이었고누구에게든 과장이나 아첨의 말을 하지 못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늘 친절했고 한번도 거친 말을 쓰지 않았으며이따금 존경을 담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나에게 과분해.

결혼 전에 그는 말한 적이 있었다.

당신의 선량함안정감침착함살아간다는 게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아 보이는 태도...... 그런게 감동을 줘.

그 말은 다소 어려웠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들렸지만오히려 그가 사랑 따위에 빠지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고백은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가 정말 사랑한 것은 그가 찍은 이미지들이거나그가 찍을 이미지들뿐이었을 것이다.

중략

꼭 한번집에서 그의 눈이 빛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지우가 돌을 넘겨 발을 떼어놓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캠코더를 꺼내든 그는 햇빛이드는 거실 가운데를 위태위태하게 걷는 지우를 찍었다지우가 그녀에게 와락 안기는 장면그녀가 지우의 정수리에 입맞추는 장면도 찍었다알 수 없는 생명의 빛이 번쩍이는 눈으로 그는 말했다.

지우가 한발 한발 디딜 때마다미야자끼 하야오의 영화처럼 발자국에서 꽃이 피어나도록 애니메이션을 넣을까아니

나비떼가 날아오르는 게 낫겠어그러려면 풀밭에서 다시 찍는 게 좋겠어.(161-162 )

 

 

 

 

인혜는 고민한다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이해하지 못할 기이한 행동만을 거듭하는 영혜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잠을 이루지도 못하며 잠깐 잠이 들어도 영혜의 꿈으로 가득하다충혈된 눈으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인지...... 막을 수는 없었던 일인지 의문에 의문을 더하여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부질없다.

그녀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병원만 믿을 뿐이지만 먹기를 거부하는 영혜는 거의 아사 직전이기 때문에 의사를 비롯한 스탭들도 억지로 영혜에게 음식을 먹이려고 필사적이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제각각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 속에 행동을 한다더우기 정신병자의 경우는

이런 점에서 심리학이나 정신과 의사들의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인데 그마저도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는 이유로 치료의 길은 멀기만 하다.

어린시절을 함께 보내고 자라온 자매마저도 영혜의 사건의 피해자격인 언니 마저도

영혜의 심리를 이해 할 수 없지만 안다고 해도 현실로선 불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나무에 불꽃이 일기를 바라는 영혜를 본문에서 만나본다.

 

 

 

 

그즈음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한 영혜는 창밖의 느티나무에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 여기엔 큰 나무들이 있네.

중략

......여기서도 나무들이 보이네.

중략

언니.

영혜의 낡은 검은 스웨터에서 희미한 나프탈렌 냄새가 났다.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영혜는 한번 더 언니하고 속삭였다.

언니. ...... 세상의 나무들은 모두 형제같아.(174-175 )

 

 

 

그녀는 좋은 감정으로만 말을 할 뿐이다그녀를 괴롭혔던 일은 단연코 거부하며 따뜻했던고마웠던 기억들은 고스란히 그녀 안에 녹아있다그녀는 따뜻하게 해주는 햇살을 좋아했다동박새를 물어뜯던 그 벤치에서도 그녀는 햇빛을 쬐고 있었다결국은 내려 쪼이는 햇살에 옷을 풀어 헤치고 ‘ 더워서......’라며 그녀의 남편을 올려다 볼 때도 그녀는 짜증의 표현을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녀가 말을 한다

 

 

 

 

그녀는 병동의 서쪽 복도 끝큰 창으로 오후의 햇빛이 가장 밝게 떨어지던 자리를 향해 눈길을 던진다지난 삼월 비내리는 숲으로 사라지기 직전그녀가 면회 왔을 때 영혜는 면회실로 나오지 않았다이상하게도 며칠째 병동 밖으로 나가자 않으려 한다고 담당 간호사는 원무과의 수화기 저편에서 말했다환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유산책 시간에도 병동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었다어찌됐든 먼 걸음을 했으니 얼굴이라도 보고 가겠다는 그녀의 부탁에보호자가 그녀를 데리러 원무과로 내려왔다.

서쪽 복도의 저 자리에서 물구나무서 있는 기괴한 여환자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녀는 설마 영혜이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좀전에 통화한 간호사가 그녀를 그쪽으로 안내했을 때에야 영혜의 숱 많고 긴 머리칼을 확인할 수 있었다어깨로 땅을 짚고 거꾸로 선 영혜의 얼굴은 피가 몰려 새빨갰다.

벌써 삼십분째 이러고 있어요.

간호사는 답답한 듯 말했다.

이틀 전부터예요의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말을 안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긴장형 환자들하곤 달라요.

어제까지는 강제로 병실에 들여보냈는데그래봤자 병실에서 다시 물구나무를 서니...... 그렇다고 강박해놓을 수도 없고,

중략

혼자 남은 그녀는 쪼그려앉아 영혜와 눈을 맞추려 했다누구든 거꾸로 섰을 때의 얼굴은 바로 섰을 때의 얼굴과 달라보인다별로 살이 없는 편인데도 영혜의 얼굴은 피부가 아래로 밀려 기이해 보였다생생히 번쩍이는 눈으로 영혜는 허공의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그녀가 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영혜야,

대답이 없나 그녀는 좀더 큰 소리로 불렀다.

영혜야지금 뭘 하고 있어똑바로 서봐.

그녀는 영혜의 달아오른 뺨에 손을 뻗었다.

똑바로 서영혜야머리 안 아파얼굴이 새빨갛잖아.

마침내 그녀는 영혜의 몸을 힘주어 밀었다과연 다리부터 바닥으로 털썩 무너졌다그녀는 영혜의 목에 팔을 받쳐 들어올렸다.

......언니.

영혜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언제왔어?

마치 좋은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영혜의 얼굴은 빛나고 있었다.

중략

그녀는 홀린 듯이 영혜의 얼굴을 보았다이렇게 밝은 영혜의 얼굴을 그녀는 오랜만에아니어쩌면 처음 보았다그녀는 물었다.

아까는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언닌알고 있었어?

대답 대신 영혜는 물었다.

...... ?

난 몰랐거든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이제야 알게 됐어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저거 봐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꺄르륵 영혜가 웃었다그제야 그녀는 영혜의 표정이 어린시절의 어느 순간과 닮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외꺼풀 눈이 가늘어지며 온통 까매지는 순간영혜의 입에서 까르륵무구한 웃음이 터져나오곤 했다.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꿈에 말이야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끝없이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활짝 벌렸는데......

열에 들뜬 영혜의 두 눈을 그녀는 우두망찰 건너다보았다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언니나 이런 음식 필요없어물이 필요한데.(177)

 

 

 

 

 

 

 

 

 

 

인간에게서 이성이 빠져나가면 동물로 남는데 본능만이 살아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영혜는 좋았던 것을 느끼고 기억해 냈으며 자기의 말로 나타냈으나 그건 비정상적인 것이어서 정상인인 인혜는 알아듣지 못한다.

 

 

그녀는 꽃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해방되길 원했고 마침내 그 꽃을 기억해 냈다.

 

 

 

 

 

 

영혜가 조용히 입을 달싹였다목말라물 줘그녀는 로비에 나가 물을 가지고 왔다물을 마신 뒤 영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의사선생님하고 얘기했어언니?

그래얘기했어왜 밥을......

영혜가 그녀의 말을 잘랐다

내장이 다 퇴화됐다고 그러지그치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영혜의 여윈 얼굴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이제 동물이 아니야 언니.

중대한 비밀을 털어놓는 듯아무도 없는 병실을 살피며 영혜는 말했다.

밥 같은 거 안먹어도 돼살 수 있어햇빛만 있으면.

그게 무슨 소리야네가 정말 나무라도 되었다고 생각하는 거야식물이 어떻게 말을 하니어떻게 생각을 해.

영혜는 눈을 빛냈다불가사의한 미소가 영혜의 얼굴을 환하게 밝혔다.

언니 말이 맞아...... 이제 곧말도 생각도 모두 사라질 거야금방이야.

영혜는 큭큭웃음을 터뜨리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금방이야조금만 기다려언니. (186 )

 

 

 

 

 

 

영혜의 느낌은 모든 걸 자기 확신쪽 으로 몰아부친다그리고는 죽은 듯이 고요하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으로 살아나며 말로 표현하는 영혜새삼 떠오르는 말이 있다.

외국인들이 즐겨 쓰는 말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인간의 권리를 떠오르게 하는 말

If you want it, If you like it. 네가 원하면 원하는 대로...라는 말이 그것이다.

남을 의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또 남의 일에 간섭도 하지 않는 것오직 개인 한사람으로서의 나자신을 존중하는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리라.

 

 

...... 제가 보기엔 의식이 없는 것 같았어요.

외견상으론 그렇게 보이지만모든 근육이 빳빳하게 긴장돼 있어요의식을 놓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식을 어딘가에 집중하고 있는 겁니다그 상태를 억지로 깨뜨릴 때의 반응을 보시면완전히 깨어 있었다는 걸 아실 겁니다.(209 )

 

 

 

그렇다그녀는 깨어서 오직 그때 만났던 그 꽃과 나무에게만 집중하고 있었다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생명을 지탱해 주고 있었다.

단지 그 곳이 정신병원이고 먹기를 거부하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고 있었을 뿐 그녀가 하고 싶고되고 싶다는 나무목이 마르다는햇빛만 있으면 된다는 뜻을 새겨보는일을 의사도간호하는 의료진도언니인 인혜 조차도 깨달을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흐른다몸은 갈수록 허약해지지만 정신은 또렷하여 목구멍으로 억지로 넘기려는 것들을 죽기로 거부하고 그런 인간을 살리기 위한 세상의 노력은 숨을 쉬도록 하는 생물로 귀한 생명의 연장을 위해 의무로 최선을 다한다. - 기술로 익힌 지식으로 살리려한다.

 

 

 

생각해보기

 

 

지나온 삶에 충격받는 그녀우리가 산다는 것은 견디는 것인지.

물구나무를 서고 계속 나무 이야기를 하던 영혜를 이해해 보려고 애를 써도 도무지 알 것 같지 않은 인혜의 고뇌가 처절하다.

아는 것 같아도 살아가면 갈수록 이해되지 않는 삶과 병든 영혜를 보며 몸부림치는 인혜

그토록 나무가 되고파서 괴이한 행동과 말을 일삼던 영혜의 심리를 결국 인혜마저도 깨닫지 못하는 것인지 아님 윤리와 도덕사회규범 때문에 영혜의 제스츄어를 외면해야 하는건지 아니 그건 또 다음 문제이다목숨이 붙어있는 한 알거나 모르거나 그냥 계속 가야하는 것이다살기위해 살아야 하는 지살아있으니 살아내야 하는 지는 중요치 않다.

생명이 귀한 것임엔 틀림이 없고 여기에 인간의 비극이 있다.

 

 

 

그녀는 고개를 든다구급차는 축성산을 벗어가는 마지막 굽잇길을 달려나가고 있다솔개로 보이는 검은 새가 먹구름장을 향해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쏘는 듯한 여름햇살이 눈을 찔러그녀의 시선은 그 날갯짓을 더 따라가지 못한다.

조용히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다활활 타오르는 도로변의 나무들을무수한 짐승들처럼

몸을 일으켜 일렁이는 초록빛의 불꽃들을 쏘아본다대답을 기다리듯아니무엇인가에 항의 하듯 그녀의 눈길은 어둡고 끈질기다.(221)

 

 

 

 

인간과 사회

 

주고받는 상처 속에 각자 이해하려고 시간만 보내다 운명으로 돌리며

서로 연민하며 가다가 사랑만이 답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본능이 욕구로 다가와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고 외면할 때 문제는 이미 커져 있다그럴땐 어쩌면 차라리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식물이 더 나을지 모른다.

 

동물의 세계를 보라

동물의 차원에서 생명을 먼저 생각하면 이해나 용서라는 말은 부질없지만

윤리와 도덕과 지식과 법체면이라는 인간의 조건이 때때로 인간을 인간답게 하지

못할때가 있는 것은 사회라는 공존의 질서 때문인데 앞서 말한 인간의 사회성 결여에 질투까지 합세되면 서로 죽고 죽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인간의 이해는 어디까지 가능한 것이며 이해하더라도 그 허용치는 어디까지인가.

인간의 필요는 어디까지 충족 가능한 것일까 그것 역시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일일 것이다.

단지 인지능력이 허락되지 않는 영혜는 먹기를 거부하는 병적의지가 언니 인혜의 기억을 더듬어 보건대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야단맞기를 두려워하던 시절 저녁늦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던 그 때로 떠올려 살기를 거부한 때로 단정한다.

인간끼리 살기로 지어진 사람들이 인간으로 인해 치이고 상한다.

복잡한 것보다 외로운 편이 낫다 하며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지도 모르겠다.

아 모호한 삶이다.

 

 

한 강 작가의 말 중“ 따로 있을 땐 저마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합해지면 그 중 어느 것도 아닌 다른 이야기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제자리에 넣었다고 하며 나무 등걸을 우연히 만지며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는 것이 만났다는 것을,

이제 손을 떼고 더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어떻게도 그 순간 부인할 길이 없었다고

글을 맺는다.

한 강 작가는 삶과 이별 앞에 결단과 용기를 내는 인혜의 모습을 오늘을 사는 이 시대의 사람을 그리되 반면 반항의 자유의지로 죽어가는 영혜의 모습도 함께 그렸다면

필자는 인간의 이기와 무지에서 오는 슬픔과 고난을 살펴보며 인간 스스로 자멸되어가는 무모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았다고 말한다.

새삼 이해되지 않던 기독교 진리가 새롭게 와 닿는다사랑에 대하여.

가슴이 먹먹한 채로.

함께 살아가도록 지음 받은 인간은 함께 살아가다 상처받다 사라진다.-

 

 

 

-삶이란 신으로부터 주어진 '사랑깨닫기' 프로젝트이다.   - 재크린 장영은

 

 

2018년 작성한 원본

 

  • ?
    편집장Youngmo 2024.10.26 10:26
    영은 씨!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많이 없어도 우리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글 읽기와 글 쓰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삶의 한 모습을 보며 감사합니다. 때때로 살아가다,상처받고 사라지기 전에 '사랑 깨닫기'에 더욱 충실하려는 그대 모습이 이 가을 더욱 귀하게 느껴집니다.
  • profile
    장영은 2024.10.26 12:50

    편집장님, 감사합니다. 글이 독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하는데 그 독자가 단 한 명인 '독자' 에게라도 읽혀졌다면 이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글을 쓰는 자가 글을 쓸 때 이미 그 글에는 존재의 값이 매겨졌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글이란 쓰는 자나 읽는 자 모두의 지 정 의를 느끼게하는  감각을 활성화 시켜서  보다 나은 사람으로의 한걸음을 옮겼기 때문이지요, 한 사람이면 어떻습니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좋은 책을 읽고 얻은 보석같은 희열을 함께 나눔이 얼마나 성스러운 일인지요.. 편집장님의 격려에 춤추는 고래가 되어보는 오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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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십자가의 고난과 그 능력/ 조건상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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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머리염색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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