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인 배미순과 함께하는 빈 의자의 시간
2025년 12월 1일 월요일
오전 11:03
오늘은 10 번째 날입니다. 시니어들이 강의를 받을 때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내 앞줄 오른쪽에 앉았던 남자분이 그 옆에 앉았던 아내분의 지시로 갑자기 자리를 바꿉니다. 그분은 아내의 왼쪽으로 갑니다. 내 앞에 앉았던 또 다른 분이 갑자기 남편의 이마를 점검하더니 손가락으로 앞머리칼을 잘 정렬해 줍니다.
미술 전시회를 할 때였습니다. 제 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어느 남편은 아내의 모든 전시품들을 보살피며 잘 전시되게 도와주며 필요한 도구들을 갖다주고 지켜 보아주었습니다. 식사 시간에도 어느 분은 자기가 외출하기 전, 남편에게 오늘 입을 옷 1,2,3 중 골라 달라고 말하고 한 가지를 고른 남편은 그에 맞춰 핸드백이며 구두까지도 골라준다고 자랑스레말했습니다. 또 누군가는 외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때는 결코 같이 앉지않고 스트레스없이 따로따로 앉아서 간다고 말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모두들 이런저런 모습으로 행복하게 늙어가면서 노년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언제나 외출하면 내 어깨를 감싸고 있는 그의 손길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십수년이 지나도 그 감촉을 느낄 수 있기에 나는 그 모든 다정한 부부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오늘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민 초기에 산다는 것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을 때도 나는 학창시력 시절부터 오년의 교제 기간 동안 그가 내게 베풀어준 모든 호의때문에 어려운 모든 시간들을 탕감해주며 견뎠습니다.
>잠시 절망하며/배미순
그대의 눈으로 환히 볼 수 있는 것을
그대의 귀로 환히 들을 수 있는 것을
그대의 입으로 그렇게 잘 말해지는 것을
나는 결코 어쩔 수 없었다
밤이 오고
재빨리 황량한 겨울은 와서
내 시린 발목을 끌고
불운한 밀렵꾼처럼 눈 속을 헤매었지만
당신은 황금빛 날개를 퍼득이며
이미 떠나고 없었다
수많은 별들을 겨냥하면서
피 흘리는 새벽은 다시 왔지만
나의 얼굴은 얼어붙고
나의 꽃들은 시들고
나의 수확물들은
누군가의 손에서 내동댕이 쳐졌다
나는 언제나 저 맑은 하늘의
정곡을 찌르는 바람이 될까
주룩주룩 쏟아지는 언어의 보고에서 뒹구는
밀렵꾼이 될까
그렇다
잠시만 절망하기로 하자
세계 구석까지
갈가리 찢기며 울부짖으며
나는 다시 새로운 숲을 향해 일어선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