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너는 아니?
장 영 은(수필가)
사월의 어느 날 아침
신경뿌리 치료를 받고 크라운을 씌우기로
약속을 한 치과로 가는 길이
비가 내려 온갖 세상의 더러운 공기가
모두 씻겨져 내린 듯 맑고 눈부시다
잇몸에 주사 바늘이 찔리자
오래 전에 해 넣었던 금니를 톱으로 켜는 소리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마취주사 덕분에 아무런 고통없이
충치 제거와 새 크라운을 씌울 준비를 마치고 나오니
새털처럼 마음이 가볍다
이번 주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고난주일
내일은 성금요일이고
영어로는 Good Friday!
그리스도가 세상 죄를 모두 짊어지고
인간의 죄를 대속하신 날이라서
좋은 날이다
길 가에 수선화가 옹기종기 피고
담벼락에 개나리가 온통 노랑으로 물들어
목련나무에 꽃봉오리가 달리는 이맘 때면
생각나는 한 사람이 더 있다
이해인 수녀이자 시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거래
......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참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날
친구야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내 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
너는 아니?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날... 자꾸 자꾸 생각나는 날
이해인 수녀와 그리스도
한 송이 백합꽃 향기와 이해인 시집
돌아가신 어머니와 다가올 오월이
자꾸 오버랩되며 떠오르는 건
부활의 아침을 맞는 나의 소망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