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영의 시 <꽃들의 이별법> 풀이 및 감상
/ 장영은
네 앞에서 꽃잎 위 물방울처럼 있는다
새벽이 지나간 자리가 빨갛다
작은 무게를 견디는 것이 꽃들의 이별법
한 발로 나를 짚지 못하고 너를 짚으면 계절 하나 건너기 어렵다
너를 다 건넜다고 생각했는데, 버티기가 쉽지 않다
한 발 내밀 때마다 하늘이 수없이 파랬다 검어진다
꽃술 내려놓고 그 향기 따라 건넜다, 어두웠다
수평으로 걷지 못한 날들이
물가의 신발처럼 가지런히 놓여있다
해가 점점 부풀어 오르면 벌들은 일찍 떠난다
네 숨소리가 꽃잎 떨리듯
높아졌다 가라앉는 것을 내가 보고 있다
- 시 전문
풀이 및 감상
네 앞에 숨 죽이며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지
새벽이 지나도록 빨개진 눈을 하고
꽃잎 위 물방울의 무게를 견디는 것 처럼 하는 이별법
한발로 서서 이별을 참기란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하는 꽃처럼
너를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버티기가 쉽지 않아
한걸음씩 옮길 때 마다 하늘이 파랬다 검었다 하지
몸은 그렇다치고 꽃향기 맡듯 그리움을 따라 건너 보아도 우울했다
날아갈 듯 떠나지 못한 날들이
벗어 놓은 신발처럼 남았었다
날이 밝으면 일터로 나가는 사람처럼 네 곁을 떠나려니
너의 숨소리가 흐느낌으로
내게 전해져 오는것을 느끼고 있지
/ 장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