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인 배미순과 함께하는 빈 의자의 시간
오늘은 2번째 날입니다. 선배 언니의 연결로 얼마 전 미드웨스트 장로교회의 교인 한 명에게서 전달이 왔었습니다. 교회에서 '문학의 밤'을 개최하려고 하는데 그날 꼭 좀 참석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가겠다고는 했지만 그날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정확히 모른 채 행사 날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기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재차 물었습니다. 주제가 '행복'이라고 했기에 주로 줄곧 행복에 대해서만 생각하면서 마침내 '당신은 행복합니까?' 란 시를 한 편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행사 당일을 기다렸습니다. 라이드를 주기로 한 친구가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우리 집과는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헤매고 있어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오 분안에 안 오면 혼자 가리라 결심했습니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친구가 겨우 와서 급히 가는 데 중간에 또 도로공사가 있어 가는 길이 완전히 막혀 있었습니다.조금 가고 있는데 앞에서 또 난데없이 기차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그래. 올 것은 다 오너라 "하며 기세 좋게 상황과 마주하니 친구도 그제서야 깔깔 웃으며 미안했던 마음을 풀게 되었습니다.그날 낭송한 시가 바로 이 시입니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 배 미 순
다시 가을이 왔습니다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입니다
이른 아침이 주는 비장한 기쁨과
숲이 뿜어대는 향기와
일렁이는 파도가 던져주는 이 아름다움 앞에서
가슴 뛰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적이 있나요
한창 사는 것이 우울했을 때
프항스의 철학자 로랑스 드빌레르는
'모든 삶은 흐른다' 란 책을 쓰면서
바다가 주는 극강의 아름다움을 보고
바다는 인생이라고 갈파했습니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나타났다가는 사라지고
사라졌다가는 또 나타나는
지난날들의 어리석은 후회와
고통의 순간들이 남긴 절망속에서도
갈피 갈피 쌓여진 계곡에서처럼
당신은 빠져 나왔습니까
이른 봄부터
척박한 땅에서 꿋꿋하게 살아남는
깻잎 모종이 되고 싶었습니다
두 팔 벌여 하늘을 껴안고
희망 향해 영향력을 키워가는 모습이
또다시 그리워질 것입니다
당신은 행복합니까
영원히 사라지는 것은 없다지만
내게는 온통 사라지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 가을은 이별하는 것들을 통해 다시 한번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둘러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