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시인 배미순과 함께하는 빈 의자의 시간
2025년 11월 19일 수요일
오후 6:04
오늘은 여섯 번째 시간입니다.
그 올해도 기적처럼 첫눈이 내리고 추수감사의 계절이 왔습니다.
감사의 절기마다 우리 가족은 미국에 와서 첫 번째 아파트를 구한 집에서부터 매번 이사를 할 때까지 그 여러 집들을 순회하며 온 식구가 그 집 앞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하늘나라에 간 이후로는 자녀들에게 강요할 수가 없어 자연스레 생략되고 말았습니다.
매년 그의 기일이 되면 온 가족이 함께 산소를 가곤했는데 올해는 십삼 년째가 되니 그것마저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손자 손녀들이 할아버지 무덤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습니다.너무 고마웠습니다.
그러다 어느 가을날, 산소를 가보고 또 놀랐습니다. 작은 조약돌에 '아빠 사랑해!' 가 적힌 글귀를 발견했고 손자녀들도 하나씩 조약돌의 메시지를 적은 것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얼마 후엔 아빠 생신 날이라며 아들들이 가족 모두를 초청해 음식점에 가서 저녁을 함께 먹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아빠 생신 날를 알고 초청을 했어?" 하고 물으니까 수첩에 적혀있어 알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고마워 속으로만 깊은 감사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감동은 오래 계속되었습니다.
>고진감래/배미순
반백이 다 된
너희들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벅 차 올랐다
그간의 성취가, 그간이 노력이
감사했어. 감동이었어. 고마워!
가족을 이루고 웃음꽃이 피게 하고
따뜻한 음식을 나누며
이웃들과도 사랑을 베푼 지난 한 해
매일 매 순간이 기적이었고
그 기적은 찬란한 추억으로 남았어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지금
모든 구름은 은빛으로 빛나고
희망의 무지개도 다시 필거야
슬픈 저녁도 즐거운 아침으로 떠오르면
우리 모두 새해에도 햇님처럼 행복할꺼야
>한밤중에 홀로 깨어/배미순
비바람치는 어느 날
한밤중에 홀로 깨어
네가 보낸 편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크고 작은 생애 묶음을 푸느라
갈수록 힘겨워 허덕인다는,
모두들 적당히 닳고 닳아
돈과 명예와 교만한 눈으로
모든 평가를 하고 마는
그 무리 속에 있어야 함이 서럽다는,
우리가 주고받은 몇 마디 글귀가
홀로 세상을 걸어가는 너를
꽃잎 하나만큼이나 적셨으랴마는
한밤중에 홀로 깨어 주위를 둘러보면
그래도 내 곁에는
천근 같은 노동으로 굵어진 손마디며
가족들의 숨소리도 따뜻한 것을
몰아의 불꽃같이 타는 것만이
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실핏줄처럼 숨어있는 꿈을 찾아
격랑 속에서도 투망하고
또 투망하리라 다짐하는
이 한 장의 편지가
네 얼굴 부비고 네 가슴도 적시게 되기를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