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 째 시간입니다.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프로가 있습니다. 맥없이 앉아있던 나를 불현듯 tv 앞에 몰아 세우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시청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프로 앞에서 나는 무너집니다. 그 프로를 만든 작가와 연출자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고 칭찬을 쏟아붓게 만듭니다.
얼마 전에는 '미스터 트롯 3'에서 1-1 데스매치 비하인드의 김용빈 대 박지후의 프로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대여섯 살 나이에 신동 때부터 트롯 가수를 꿈꿔왔던 김용빈씨가 박지후를 만나게 되었고 정통 트롯을 안 할 줄 알았다는 그와 맞붙게 되어 발등에 불이 떨어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제야말로 숨겨놨던 무기를 꺼내야겠다" 마음먹으며 "가수 생활 22 년의 자존심을 걸고 무조건 이기겠습니다." 하며 다짐하던 그가 "나는 진짜,아 지면 진짜,자존심 진짜, 못살아 진짜." 하고 비장하게 말하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어쩌다 인이어의 실수를 저지른 박지후가 느닷없이
"아-"하고 내뱉은 사이,청중들은 모두 안타까워했고 점수는 삽시간에 14-1로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또 한 번 신동가수 김용빈이 이기고 있었습니다. 3살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살게 된 그는 변성기 시절의 어려움과 우울증,7년간의 가수 공백 등을 겪었고 사랑했던 할머니의 별세 등등 많은 고난을 견뎌낸 김용빈 가수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이 새 역사를 쓰며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생활 수십년에도 이뤄내기 힘든 영어를 내집 안방에서 처럼 구사해낸 그의 인내와 끈기,그리고 남들이 이뤄내기 힘든 그 절정에 가 닿기까지 노력했던 그의 성취가 유난히 돋보이는 아침입니다.
>혹한을 지내며/배미순
이전에는
한두 파운드의 바나나가
단번에 나를 매우 매혹하더니
이제는 한아름의 중량으로도
채울 수 없는 것이
내 가슴에 차오른다
끝없는 리본이며
레이스로도 장식할 수 없어
삐어져 나오는 이 떠난 자의 슬픔을
저물어가는 이역의 거리에서
그대는 무엇으로 달래려는가
기름진 음식에 넘치는 잔,
스웨터를 걸친
개와 고양이의 느린 걸음 사이에서
길고 빠른 이방의 언어가 주는
아름다움과 냉기
그 끝에서
그대 맨몸에 하루가 부서지고
먼 하늘 저편
한 가닥 잔광처럼 살아있던
몇 개의 꿈도
차고 깊은 어둠 속에서 익사한다
그러나 그대여,
잠시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잠시 고개 숙여 대지를 보면
우리는 아주 잘 알 수 있다
혹한을 견딘 것들만 살아서
생의 외경을 노래하며
무한시공에 높이에서
영묘한 기쁨에 가닿는 것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