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천국>을 읽는 시간/배미순 편집장
친애하는 김희봉 선생님!
지난 7월 중순에 LA에서 열린 <디아스포라 한글문학> 행사에서 예기치 않게 따스한 얼굴의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이었습니다. 그날들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예지문학의 직전 회장인 송순례 씨가 전해준 선생님의 저서 <안개의 천국>을 받아 들고 이렇게 며칠 째 책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親愛하는 배미순 선생님 惠存’이라 명명된 책이었습니다.2017년,물레에서 발간된 이 책을 이제야 읽게 됨이 송구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어느 한 페이지의 느슨함도 없이 환경 공학자로서의 단단한 자부심과 긍지가 배인 글에서 “하 세월이 흘러도 사람 간의 인연은 애중할 가치가 있음을 믿는다”는 선생님의 기본 자세가 내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법학교수로 계시다 납북 당하신 생부의 이야기며 초인적인 인내의 삶을 살아내신 어머니의 생과 지아비의 능력을 한껏 밀어주고 뒤편에서 조용히 “아직 멀었어요. 그림 속에 내가 찾는 세상이 보일 때까지…”하며 견디어 온 아내의 유화 전시회 이야기가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으로 내 마음 속을 흘러 내렸습니다. 그리고 또,70명이나 되는‘북가주 자선 합창단’단장을 맡으며 해낸 일들과 거기에 더해 은퇴 후 2막 인생을 위한 선교 사역에 힘쓰기 위해 각고 끝에 한의학에 입문해 괄목할 만한 이력을 더 한 것도 휴매니스트의 심장으로 살아오신 인고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동만 수자원공사 환경 사업팀장을 지내고 Enviro 엔지니어링 대표를 역임하는 한편 한의사로 살아 오시면서도 <버클리 문학회>를 일구고 주도하면서 생태주의 글쓰기에 몰입하고 일간지 칼럼을 수년째 쓰면서 필력을 다져온 그 경력에 새삼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날 선생님의 하루는 혹 평범한 우리와 달리 24시간이 넘는 시간들이 아니었는지요? 만약 시카고에 계셨다면 나는 벌써‘북가주 자선 합창단’에 들어갔을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도 긍정적인 나비들로 거듭나야 한다”시며,지구를 천국으로 만들 꿈을 꾸는 색동 나비로의 탈바꿈을 주장하시기도 하고 베토벤이 살았던 비엔나 숲속에서는 천재가 영감을 얻었을 나무들과 그 사이로 흩어지는 햇살들을 올려다 보며 숲의 정기와 하늘의 선율을 불어 넣었을 그 기운을 폐부 깊숙이 심호흡하시기도 했지요.남극에서 아멜리 팽귄 15만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기사를 접하고서도 알이 얼세라 깨질세라 발등 위에 올려놓고 극한의 강풍과 혹한을 견디는 팽귄의 울음 소리를 몰래 듣는 자가 아니었던가요.
“8월의 햇살 비치는 하늘에 티 한 점 없다. 눈부신 햇빛을 올려다보니 마치 수만 점 희고 붉은 꽃잎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는 것 같다. 꽃보라라고 할까? 햇보라라고 부를까?”시의 영감으로 가득 찬 한여름을 보낸 선생님처럼 나도 지금 8월의 하늘을 우러러 보고 있습니다.
링크; 미주한국 문인협회 http://www.mijumunha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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