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6
긴 밤을 지내고 난 후/ 배미순 편집장
3.9 대선의 하룻밤은 정말 밤이 길었습니다. 그야말로 대망의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3월20일이 되려면 아직도 열흘이 남아 있는 기간입니다. 이날 한국 국민은 20대 대선을 치루고 48.6%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는 윤석열 당선인을 태어나게 했습니다. 관내 사전투표에서 처음에는 9대 1로 이기던 이재명 후보를 본 투표에서 손에 땀을 쥐게하던 엎치락 뒤치락 끝에 가까스로 0.73% 로 이긴 극적인 선거 결과를 낳았습니다.
예전과는 달리 자정이 지나서도 결과를 도무지 알 수 없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3시가 넘어 깨어서보니 아직도 박빙일 뿐이었지요. 결국 4시가 다 되어서야 역사적인 판가름이 났고 집 앞에 군중과 경찰이 많이 몰려든 윤석열 후보도 드디어 자택에서 나와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밤이 길었다”고 말한 그는 이날 “국민의 힘이나 안철수 국민의 당의 승리하기 보기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가 아닌가?”라며 협치와 통합으로 국민의 화합을 이루고자 한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습니다. 정치를 시작한지 8개월만에 국회의원 0선에 검찰 총장 출신으로 대통령 선거의 신기록을 세운 윤석열 당선인은 정직한 정부,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며 5년만에 정권 교체의 꿈을 이룩하게 되었습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정권 재창출’을 외치고 “정치 끝내기엔 아직 너무 젊다”며 거짓말에 거짓말을 이어가던 이재명 후보도 새벽 4시경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면서 패배를 인정하면서 ‘민주당 호’를 격랑 속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이긴 자가 승리한다더니 결국, 26만 7천표의 차이는 ‘등돌린 서울’의 표차만큼 더불어 민주당이 이기고 민주당이 패배한 것입니다. 서울 25개구 중 윤석열 당선인은 강남, 송파, 서초구와 마포, 용산, 성동구 등 14개구에서 승리를 거두었고 이재명 후보는 11개 구에서 승리를 거두웠으니 ‘집값 급등’ 등 부동산 전략의 실패가 표심을 대변한 것 같습니다. 이에 영,호남의 재확인된 지역주의와 20,30대의 젠더 갈등까지 더해져 민주당은 180석 가까운 대정당의 책무에도 불구, 충격과 상처로 패배의 아픔을 앓고 있고 이재명은 지난 10일, 청와대 청원 출국금지 7만 명에 이르자 “청원 요건에 위배된다”면서 비공개 처리를 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노정희 선관위원장은 3.9 대선 조작과 관련 지권 남용과 모든 조작 수법 총동원 등과 사전 투표 부실 관리 논란으로 수사에 착수되었고 한 개표 사무원은 “이렇게 조작하고도 이길 수 없어 손을 든 것 아니냐”면서 항변했다 합니다
얼마 전 어떤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느냐를 두고 점심 내기가 있었습니다. 이재명이 이기면 내가, 윤석열이 이기면 신문사 대표였던 그가 점심을 내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시카고의 연극인들이 그동안 연습해온 연극 실황을 보여주는 자리에서 ‘굿바이, 이재명’ 책자까지 나눠주며 ‘이재명 당선’을 확실히 믿고 있던 그는 ‘결코 이재명을 찍을 수 없다’는 내게 삐쳐 책도 건네 주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어쨋든 잠을 설치게 하던 한국의 대선은 국민의 빛나는 승리로 끝이 났고 박빙의 심판에 이어 앞으로 5년간 통합과 화합의 시대는 어떻게 올 것인지, '국민통합' '정치개혁' '공정과 상식'으로 정리되는 새 정부의 키워드는 어떻게 발전될 것인지가 못내 궁금한 3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