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지 사랑 / 목경희
눈 내리는 하얀 밤
장독 위에 앉은 눈을 쓸어내리고
묵은지를 꺼내오는
어린 소녀가 있다
따뜻한 아랫목 이불 속에
사 남매 발을 파묻고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 부르던 겨울밤
톡 쏘는 사이다 맛은 아니어도
오래되어 낡은 외투같이
편안하고 곰삭은 그리움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처럼
사랑도 슬픔도 켜켜이 쌓여
녹아내린 깊은 맛의
묵은지 사랑이 그립다
[윤슬 생각]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처럼 눈이 내리면 어릴 적 단발머리 소녀로 돌아간다. "갱희야 김치 한 포기 꺼내온나" 하시던 엄마 목소리가 들려온다. 묵은지 사이에 박혀있던 무를 꺼내서 입에 물고 들어가면 엄마는 김이 나는 밥솥에서 밥을 푸고 계셨고 동생들은 여전히 방 안에서 낄낄거리며 노래인지, 수다인지 모를 장난이 오고 가던 시절이 생각난다. (글,그림 : 윤슬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