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과 '달팽이 메일'
둘째 아들이 나랑 점심을 먹자고 연락해 왔다. 늘 딸과 함께 왔던 그 애가 딸이 생일파티에 갔다면서 혼자 왔다. 아내는 아들과 함께 타주 원정 배구시합을 갔다고 했다. 차에 타자마자 음악을 틀었다. 나는 누구의 무슨 노래인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처음 듣는 가수였기 때문이었다.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는 인근 한식당으로 가서 설렁탕과 비빔 국수, 낙지볶음을 시켰다.
“그런데 엄마, 지금 나오는 노래가 내가 아까 차에 탈 때 틀었던 그 가수의 노래야. 너무 신기해. 어떻게 이렇게 같은 가수의 노래를 연달아 들을 수 있지?“ 아들은 한식당에서 틀어준 노래때문에 무척 신기하다며 놀라워 했다. 도대체 그 가수가 누구니,하고 묻자 ‘Snail Mail Lush’라며 17세부터 가수생활을 시작한 키타리스트이자 싱어송 라이터로 미국에서 유명한 인디 록 가수라고 말해준다. 나는 그 이름에서부터 팡 터졌다. 달팽이 메일 러쉬라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가수였는데 이름도 재미있었지만 그 노래 속에서 아들이 흐뭇해 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그저 즐거웠다.
눈이 많이 온 날이어서 사람들은 외출을 두려워했다. 음식점에는 우리 말고 손님이 딱 한 명 더 있었다. 평소엔 와글바글했던 식당이었지만 그날은 우리만의 고즈넉함을 더 즐길 수 있었다. 음식을 먹기 직전 반찬이 담긴 작은 냉장고를 보고 있는 나를 보고 먹고 싶은 반찬을 고르라고 했다. 나는 고추 무침과 멸치 볶음을 각각 두 개씩 담았다. 아들 사진을 찍어 큰 아들에게 보냈다. 그랬더니 ”가난한 한국 배우같다. Hahaha”하고 놀려댔다. 아들은 장모님이 가끔 이 식당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 이리로 왔다면서 가끔씩 음식을 사 먹으러 오고 싶다, 며 음식맛에 만족해 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몇 달 전에 내게 권했던 미국계 한국인 미쉘 조너의 에세이 ‘H 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와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의 소설‘파친꼬’의 책과 TV프로에 대해 물었다. 파친코는 한글책 2권을 오더해서 다 읽었고 H마트…는 아들이 인터넷으로 오디오 읽기를 신청해줬기에 한국책은 주문하지 않았다고 하자, 한 번 더 알아보겠다고 했다.
점점 더 한국의 음식맛을 좋아하는 모습에 나도 더 흥이 났다. 이 고추 무침,멸치 볶음도 잘 먹을 수 있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며칠 전 며느리가 보낸 용돈을 받았는데 또 다시 용돈을 꺼내 준다. 사양해도 소용없어 그대로 받을 수 밖에…
집에 돌아와서 ‘달팽이 메일’에 대해 섭렵했다. 본명은 ‘린지 조던’이고 메릴랜드 출생, 아버지는 교과서 출판사 직원이고 어머니는 란제리 가게 주인이란다. 21세기 미국 최고의 인디, 알트 록의 미래를 형성할 가수로 5세때부터 최애 키타리스트인 메리 티모니에게 키타를 배웠다고 했다. 8세 때 파라모어의 생중계를 보고 자신의 밴드 결성의 ‘큰 순간’을 경험했고 12세에 학교와 교회 등에서 밴드 연주와 노래 쓰기를 시작했다는 것. 18세에 북미 투어 연주를 가졌고 지난 2019년에는 뉴질랜드와 호주,캐나다, 미국 순회 공연을 한 달팽이 메일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소녀’ ‘Adore You’ ‘발렌타인’ 등의 노래가 유명하다.
주일 날 교회를 다녀 온 뒤에 보니 큰 아들의 전화가 와 있었다. “엄마, 눈이 왔는데 별일 없었어? 차는 괜찮아? 뭐 필요한 건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