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조회 수 1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물고기 1 400.png

 

물고기 2 400.png

 

 

 

시와 나 그리고 하나님<202298일 물고기 모임>

 

 

 

지난 98일은  물고기 모임(코디네이터 조건상 목사)에서 시와 나 그리고 하나님이란 주제로 회원들과 모임을 가졌다. 평생 시를 쓴다고 했지만 한 번도 이 주제로 나의 시를 말한 적은 없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말 재주가 워낙 없는 내성적인 아이로 자랐기에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고 있고 그런 성격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5살때, 6.25 전쟁의 잔당이 대구 제일교회의 성탄절 이브 날 축제를 열기 바로 직전에 교회에 침입해 불이야!’하고 외치는 바람에 층계를 내려오던 54명의 어린 아이들이 생목숨을 잃는 사건을 마주했다. 실제로 불도 일어나지 않은 이날, 교회 층계에서 짓밟혀 죽은 아이들 중에 5학년짜리 나의 오빠도 있었다. 공연 연습을 빨리 하기 위해 설익은 저녁을 먹고 할머니와 먼저 교회를 간 오빠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꼬꼬마 시절부터 하늘을 올려다 보며, 오빠가 저 곳에 있겠지언젠가는 만나겠지 하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기에, 미래의 어떤 순간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으로 자라면서 오빠를 가진 친구들을 몹씨 부러워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내가 이민을 오고 마흔 살이 되어서야 첫 시집 우리가 날아가나이다를 나남 출판사에서 발간하게 되었다. 그때 한국에 나가 만난 조상호 사장은 방공 연습을 하러 어떤 건물 속으로 들어갔을 때 나라를 버리고 미국까지 간 마당에 고국이네, 향수네 하는 푸념 섞인 시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단호히 말했었다. 그리고나서 수년 후, 시집 한 권을 다시 발간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도한 끝에 당시 유명했던 종로서적에서 풀씨와 공기돌을 펴냈다. 마종기 시인의 누나 마주해 씨의 소개로 사장님과 곧바로 연결되는 행운을 안았다. 그러나 그 시대에 유명했던 나남과 종로서적 등이 나를 유명인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었고 마침내 종로서적마저 문을 닫고 말았다. 그 이후에는 그리 아니하실지라도…’의 신앙이 내게 생겼다.

 

그후 좋은 생각에서 '자작나무'로 100편의 시를 꽃사진과 함께 낙헌제를 묶었고 선배 언니 자녀의 교통사고로 인한 불운을 보고 보이지 않는 하늘도 하늘이다를 펴냈다. ‘앞으로 50년 동안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던 남편마저 하늘 나라를 간 후엔 꽃들은 바쁘다를 상재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날 소개한 시 10편은 다음과 같다.

 

 

1>우리가 날아가나이다

 

모든 아쉬운 것들을 찾아

 

모든 그리운 것들을 찾아

 

아침이면 세상 헤매며 다녔네

 

 

 

그러나 지금은 결별의 시간,

 

천상을 떠나온 사람들이

 

천상으로 떠나기 위해

 

잠시 벼랑 끝에 앉아있는 시간

 

 

 

가슴은 대로 눈물비에 젖고

 

심장은 때로 불탔었지만

 

세상 어딘가에

 

그대 튼튼한 족적 하나

 

동토를 견디는 나무뿌리로 살아있을까

 

 

 

구만리 장천 멀다 해도

 

끝내는 우리가 가야

 

벼랑 같은 생애라도

 

살아있는 동안 서로 손을 잡고

 

손을 잡고 서로 따뜻이 사랑하자

 

 

 

긴긴 그대를 덮치기 전에

 

, 다시 그리울 일회의 삶이여

 

새삼 퍼덕이는 시간의 날개

 

이상 감출 없어

 

구만리 장천으로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시편 90;10

 

 

 

2>밤에는 우는 일이 있을지라도*

 

 

바다를 건너고도 사막 건널 몰라

 

저울에도 없는 슬픔을 안고

 

지난 우리는 울었습니다만

 

밤에는 우는 일이 있을지라도

 

아침에는 기쁨이 온다했지요

 

 

 

아픈 이민사 해거름 무렵

 

갑작스레 날아온 발병 통보

 

그믐달처럼 저며진 답장에 놀라

 

나를 보고 희미하게 웃는 당신

 

 허약한 웃음이  가슴을

 

예리하게 찌르며 관통합니다

 

 

 

글쓰기의 명수가 아니라

 

바라보기의 명수라야 하고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꿰뚫으며 바라보는 눈이 있어야

 

시인이라 했던가요

 

그렇다면당신은 진정 시인입니다

 

 

 

 

 

여태껏 보아왔던 혈육과 친구

 

이웃과 동네 낯설게 바라보면서

 

눈에서 멀어질듯 애틋해 하고

 

모진 세상 살아내기에는  서툴지만

 

새로 오는 아침과 지는 노을에

 

착한 아이처럼 비가(悲歌) 부를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시인입니다

 

 

 

 

 

미세한 떨림으로 튀어나오는

 

시의 에스프리와도 같이 눈부신

 

새벽의 기쁨 안아 까지

 

어느 순간도 무너질 없어

 

여전히 신열처럼  펄펄 끓는 희망

 

 희망 갈망 믿음때문에

 

나도 같이 희미하게 웃고 맙니다

 

  (*밤에는 우는 일이 있을지라도…시편 30:5 )

 

 

 

3>할아버지 아파요?

 

 

할아버지 아파요?

 

그래, 할아버지가 몹시 아프단다

 

 

 

너보다 어린 아버지 데리고

 

남의 나라 남의 땅에 와서 사느라

 

구석 구석 멍들었나 보다

 

 

 

아픈 할아버진 싫은데

 

맑고 고운

 

눈물 고이게 하고 싶진 않은데

 

아픈 세상이 어떤 건지 몰랐으면 싶은데

 

 

 

할아버지 아파요?

 

그래, 할아버지가 몹시 아프단다

 

지친 새처럼 남모르는 눈물 숨기며

 

종일 속수무책 아프기만 하단다

 

 

 

4>이쪽과 그쪽

 

 

뿔뿔이 헤어진  수십 

 

미국으로 오는 통화음은  꼬장꼬장했다

 

간암 3기에 혼자 남은 시어머님

 

표랑의  마지막 행선지는 김천 마실고개

 

의사는 6개월뿐이라는데

 

오매불망 궁금한  이쪽 안부다

 

“와 한번 전화  하노?

 

먼저 떠난 자식의 불효 말할  없어

 

두루뭉수리로 짐짓 뭉갰는데

 

이젠  생생하던 목소리 사라졌다

 

눈동자가슴손과  사라졌다

 

가녀린 어깨 감싸 안지도 못했다

 

바다 건너에도  가닥 노을이 지면

 

저미는  사무치는 시한의 목숨

 

눈을 감고 눈을 감고

 

눈만 감는다

 

 

 

5>다시 밤이 없겠고*

 

 

 

떠나는 날은 기별이 없다

 

날이 가까워짐을 알았던지

 

그는 마음 깊은 말을 자주 꺼냈다

 

 

 

없는 세상에 너무 오래 있지

 

!

 

친하지 않았던 사람은 생면부지의 사람같아

 

그분들이 장례식에서 목소리 내는 싫어

 

!

 

아들 며느리에게도 너무 의지하지

 

!

 

 

 

다시 밤이 없겠고*

 

계시록의 말씀이 오고 있었다

 

가까이, 가까이

 

 *계시록 22;5 상반절

 

 

 

6>가을꽃 앞에서 내가 갑자기 죽었다

 

 

 

내가 갑자기 죽었다

 

그 명제 앞에서 문우들은 갑자기 말문이 열렸다

 

사는 게 급급해 한 줄의 글도

 

목 맥혀 나오지 않았는데 이제 모든 게 달라졌다

 

 

 

거꾸로 매달려 살아도 이생이 좋았잖아

 

한평생 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살았어,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니 담담하게 받아야지

 

장례식은 생략해도 좋아 너희들 편할 대로 하렴

 

시카고도 좋고 한국의 선산에 묻어도 좋아

 

 

 

그토록 살고 싶었던 그 순간들을 모두 껴안고

 

내가 갑자기 죽었다

 

관 속에 누어서도 조문 온 당신을 볼 수 있을까

 

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죽고 싶다던 친구야

 

갑자기 시가 마구마구 쓰고 싶어지면 이젠 어떡해

 

 

 

이름 석자도 남기지 못하고

 

내가 갑자기 죽었다,니 말문이 막혔다

 

말문이 막혀버렸다

 

그렇다 해도 이 생의 끝이라면

 

가을꽃 앞에서 마지막이고 싶다

 

 

 

7>밤새 안녕?

 

혼자 사는 화자 선배가

 

친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서 미끄러졌다 한다

 

눈 길에 머리까지 다치면서도

 

이웃 친구를 겨우 불러 응급실로 갔다 한다

 

그런데 며칠도 안돼 그 친구가

 

, 집 앞에서 차에서 내리다

 

다리가 부러졌다 한다

 

 

 

흔들리는 시간이다

 

안팎으로 이어지는 소문으로

 

흐르는 강물이 뒤척인다

 

짧은 안부 대신에  거스르지 않는 강물되어

 

나의 따듯한 안녕을 당신에게 주고 싶다

 

 

 

머리와 다리, 어깨와 온 몸까지도

 

내동댕이 쳐지는 살벌한 시간들

 

당뇨와 혈압에,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에

 

우리 몸의 내부가 무너지는 동안

 

상처난 머리 싸매고 부러진 다리를 고정시키며

 

흔들리는 물결로 살아야 한다

 

 

 

밤새 안녕?

 

밤새 안녕!

 

짧은 안부 대신에  거스르지 않는 강물되어

 

나의 따듯한 안녕을 당신에게 주고 싶다

 

 

 

 

 

8>새들은 끊임없이 둥지를 만든다

 

 

 

두 번 다시 오지 못하고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새들은 다시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둥지를 만든다

 

 

 

높은 나무에서든 낮은 나무에서든

 

수천 번의 비행 끝에 어미새들은

 

무모한 욕심없이 둥지를 만들고

 

먹이를 나르며 어린 것들을 돌본다

 

 

 

하루치의 고뇌와 번민은 사라지고

 

고단한 날개 아래 또 하루가 저물어

 

밤의 정적이 내려와 덮일 때까지

 

어느 누구도 받지 못한 안위의 손길

 

그 쓰다듬음의 세계에서 잠들 때까지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허허벌판에서도 불퇴전의 용기를 가질 거야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비바람 몰아쳐도

 

끊임없이 둥지를 만들며 기다릴 거야

 

 

 

 

 

9>그해 여름

 

 

 

오랜만에 올드 네이비 매장에 들렀다 여름바지 하나를 골라 이것 입고 가야겠다, 그는 느닷없이 그 바지를 입은 채 계산대 앞에 섰다 실은 이런 바지, 작년 가을에 사고 싶었었는데 더는 못 살고 가게 될까 봐 사지 못했어 차에 오르면서 살짝 눈물을 비쳤던 당신, 이번만 잘 견디면 90까지 짱짱한 노인으로 살거야

 

 

 

넘기지 못한 그해 여름이 목젖에 걸려 있다 건어물처럼 팽팽하게 잘 마른 욕망과 격려까지도

 

그해 여름에 머물러 있다 그가 없는 미래에 내던져진 나날, 한밤중에도 자다가 깨어 눈물어린 상처를 만진다

 

 

 

10>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모든 길위에는

 

감춰진 돌뿌리가 있었습니다

 

상처나 연민없이 나아갈 순 없었기에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지나온 인고의 길을 되돌아 보려 합니다

 

 

 

가닥가닥  매듭을 짓고

 

존재에 대한 얽힘을 푸는 사이, 하나님이여*

 

내가 늙어 백발이 될 때에도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내가 주의 힘을 후대에 전하고 주의 능력을

 

오는 모든 세대에 전할 때까지

 

나를 버리지 마소서

 

 -하나님이여* 이하시편 71;18

 

 

 

 '시카고 시니어 클럽'에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Join 로고를 클릭해 주세요. 회비는 무료이며 언제든지 탈퇴하실 수 있습니다. 클럽에 대한 상세 내용을 원하시면 '시카고 시니어 클럽' 로고를 클릭하세요.

button 150x49.png

CSC logo korean 240x120x.png

 


배미순 시니어 논단

시카고 시니어 클럽 편집장

  1. 축복처럼 기다리고 있는 날들/배미순 편집장

    Date2022.10.05 Category칼럼 By편집장Youngmo Reply1 Views132 file
    Read More
  2. 홍성표님의 두 번째 수필집을 읽고/배미순 편집장

    Date2022.09.27 Category수필 By편집장Youngmo Reply1 Views165 file
    Read More
  3. 시와 나 그리고 하나님/배미순 편집장

    Date2022.09.27 Category칼럼 By편집장Youngmo Reply0 Views158 file
    Read More
  4. 9월의 첫 날에/배미순 편집장

    Date2022.09.01 Category칼럼 By편집장Youngmo Reply1 Views278 file
    Read More
  5. 허방을 딛다/배미순

    Date2022.07.12 Category By편집장Youngmo Reply0 Views203 file
    Read More
  6. 뜨거운 여름에 숨을 죽이고/배미순

    Date2022.07.07 Category By편집장Youngmo Reply3 Views247 file
    Read More
  7. <시노래 마을>소포 /배미순

    Date2022.06.14 Category By편집장Youngmo Reply1 Views391 file
    Read More
  8. 느티나무 도서관 관장/배미순

    Date2022.06.14 Category By편집장Youngmo Reply1 Views283 file
    Read More
  9. 시카고의<예지 문학회>

    Date2022.06.14 Category인터뷰 By편집장Youngmo Reply1 Views437 file
    Read More
  10. 손원평의 첫 장편 ‘아몬드’...100만부 돌파

    Date2022.05.21 Category산문 By편집장Youngmo Reply1 Views234 file
    Read More
  11. ’임마누엘 기도일기 쓰기‘ 실습...물고기 모임

    Date2022.05.19 Category신앙 간증 정치 철학 By편집장Youngmo Reply0 Views267 file
    Read More
  12. 어머니,당신에게서/배미순

    Date2022.05.03 Category By편집장Youngmo Reply0 Views243 file
    Read More
  13. 2. 종이공예가 김기자 씨...'시카고 시니어클럽'이 만난 사람

    Date2022.04.08 Category인터뷰 By편집장Youngmo Reply0 Views320 file
    Read More
  14. 긴 밤을 지내고 난 후/ 배미순 편집장

    Date2022.03.24 Category칼럼 By편집장Youngmo Reply0 Views171 file
    Read More
  15. 봄비에 대한 명상/배미순

    Date2022.03.07 Category By편집장Youngmo Reply0 Views200 file
    Read More
  16. 'H마트에서 울다'란 책 읽어 봤어요?/배미순 편집장

    Date2022.02.28 Category칼럼 By편집장Youngmo Reply0 Views270 file
    Read More
  17. 가문비 나무는 춤을 추는데/배미순 편집장

    Date2022.02.12 Category칼럼 By편집장Youngmo Reply1 Views245 file
    Read More
  18. “발을 동동 걸어 올리며 응원해요”/ 배미순 편집장

    Date2022.01.27 Category칼럼 ByYoungmo Reply0 Views285 file
    Read More
  19. '뉴욕에서 온 편지'를 소개합니다/ 배미순 편집장

    Date2022.01.25 Category기타 ByYoungmo Reply0 Views207 file
    Read More
  20. 1. 엄청석 씨... ‘시카고 시니어 클럽’이 만난 사람

    Date2022.01.19 Category인터뷰 ByYoungmo Reply0 Views340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Designed by Wes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제안 혹은 질문이 있는 경우 imseniorweb@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