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5/조건상 목사
5.가끔씩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그룹들도 보입니다. 자전거에 배낭을 싣고 갑니다. 배낭의 무게는 보통 자신의 몸무게의 1/10정도입니다. 그 속에는 속 옷과 세면도구, 추울 때 입을 두꺼운 잠바, 잠옷, 가벼운 슬리핑 빽, 약품, 실내화 등이 있습니다. 하루에 꼭 필요한 물건들입니다. 여벌의 겉옷은 필요 없습니다. 양말과 속 옷은 매일 빨아서 말려 갈아입습니다. 이것이 하루 일과 중에 매우 중요한 하나입니다. 하루에 20Km 정도 걸으면 발 바닥에 물집이 생깁니다.
그래서 약을 바르고 물집을 터트려야 합니다. 그래서 물집이 커지지 않게 해야 합니다. 육체적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이것이 카미노 길 처음 경험하는 육체적 고통입니다. 약 300Km를 육체적 고통의 길을 걷게 됩니다. 주로 산을 오르고 내리는 험한 길을 걷게 됩니다.
두 번째 훈련의 길은 정신적(mind) 고통의 길을 걷게 되는데 이 길도 약 300Km를 걷는데, 평야의 길입니다. 평지엔 들판뿐입니다. 주위에는 보리밭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집니다. 이 300Km의 길은 고원 지대입니다. 스페인어로 네세타 라 불리는 지대입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간을 금식하시던 중 마귀에게 시험을 받으셨다고 했는데, 이 들판 길에서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길가에는 가로수도 없습니다.
나무 그늘이 있으면 뜨거운 태양을 피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제가 이 길을 며칠 걷는 동안에는 날씨가 구름이 많이 끼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구름기둥으로 나를 인도하신다고 감사드렸습니다. 그런데 지루한 이 넓은 들판 길을 걸을 때, “내가 왜 이 길을 걸어야 하나?”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정신적 시험입니다. 지루하고 따분함, 권태감, 이런 것이 정신적 훈련을 갖게 합니다. 본래부터 이 길 외에는 다른 길은 없었다. 이런 길을 걸으면서 자신이 걸어왔던 지난 날의 길을 반추해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혼자 걸으면서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있는가? 란 오래전에 했던 질문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저는 20대 후반에 목회를 시작했는데, 강원도 원성군 지정면 간현이라는 곳에서 시골교회 전도사로 시작했습니다. 중앙선 기차가 그 마을 앞으로 지나가는데 하루에 몇 번 정도 지나갑니다. 튼 도시는 원주가 가까운데, 버스로 50분 정도 걸려야 갈 수 있고, 그 버스도 몇 시간에 한 번씩 가고 옵니다. 기차길로 약 7km걸어 심방을 가곤 했는데, 어느 날 혼자 산골에 사는 교인 집에 심방을 갔다 오는 길에 철로 길을 따라 걷는데 중앙선 기차에 많은 젊은 이들이 차 안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 부르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왜 나는 홀로 이 길을 걸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에 잠길 때가 있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