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표님의 두 번째 수필집을 읽고
얼마 전에 갑자기 김영숙 시인으로부터 ‘시와 함께 넓은 마루’에서 출간된 홍성표 수필집 ‘내일은 약속되어 있는가?’를 받았습니다. 9월17일로 내정된 출판기념회에서 수필집에 관한 격려사를 부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분을 전혀 뵌 적이 없는데…”하면서 바쁜 주말을 보내고 그 다음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도어카운티로 모처럼의 가을 나들이가 있어 겨우 지난 목요일부터 책을 들었습니다.
36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은 이분의 두 번째 수필집으로 유한근 평론가의 말 마따나 시와 수필의 교차와 융합 즉, 크로스오버적인 창작품이었습니다. 시들어가는 삶 속에서도 아름다운 것들을 계속 발견하며 때론 울고 때론 웃고 때론 비틀거리면서도 “내가 한 마리 새처럼 비상할 때 기쁘게 날아 오르게 하소서”하고 바라는 마음이 작가가 최종 바라는 바였습니다.
우리는 흔히 붓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쓰는 것이 수필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수필 박사도 생길 정도여서 수필은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할지를 무척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쓴 수필의 첫 문장은 특이했습니다. 가령 ‘갈등’에서는 ‘깜짝 놀랐다’로 시작되고 ‘거울’에서는 ‘거울은 거짓말을 모른다’로,’마무리 2’에서는 ‘며칠 부산했다’,’마음의 불’에서는 ‘오늘은 화요일’ ‘청천벽력’에서는 ‘아내가 돌변했다’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내용에서도 ‘오늘 아침에도 디어필드에서 골프를 치고 왔다’라든가’ ‘오늘은 우리 내외에겐 특별한 날이다. 결혼 51주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등에서 볼 수 있듯이 그는 골프를 치고 온 직후에도 결혼 51주년 직후에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습니다.이는 릴케의 글쓰기 비법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는 것입니다.그리고 ‘옛날엔 비발디,쇼팽,베토벤 하고만 놀았는데 이제는 안다성의 ‘바닷가에서’와 배호의 ‘삼각지’를 부르고 아내가 사준4천불짜리 키타를 치며 목청을 돋구고 기분을 내기도 하며 삽니다.
한 때는 직원 1백여 명을 거느리기도 했고 대궐같은 집에서 살기도 했지만 이제는 다 버리고 다 줄이고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아내와 2천보, 4천보를 걷고 아내와의 내기 바둑 게임에서 잃은 30불때문에 상심하기도 하지요. 그러다 구순을 앞두고서야 냉면같은 쉬운 요리 하나쯤 배워볼까?하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혼자 울고 웃다가도 언어가 남긴 길을 걸으며 ‘울 엄마’에 대한 시를 쓰기도 하고 시가 주는 감칠맛때문에 형용할 수 없는 행복과 환희를 느끼신다니 얼마나 다복하신 분입니까? 80을 넘어서야 비로소 오감으로 다가오는 세상의 깊은 맛 속에서도 그는 다른 사람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비쳐질까를 염려하고 스페샬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되기를 소원하며, 저녁 노을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하고 있는 그를 보는 것 또한 우리의 행복입니다. 앞으로도 그가 살아있는 한 멋진 수필집 몇 권이 더 출간될 것이라 믿기에 이것으로 격려사에 대신합니다
'시카고 시니어 클럽'에 참여를 원하시는 분은 아래 Join 로고를 클릭해 주세요. 회비는 무료이며 언제든지 탈퇴하실 수 있습니다. 클럽에 대한 상세 내용을 원하시면 '시카고 시니어 클럽' 로고를 클릭하세요.
참석은 못했지만 지면을 통해서나마 축하드리고 편집장님도 격려사 준비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