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육십이 되었을 때/배미순 편집장
내가 육십이 되었을 때
10년만 더 젊었더라면…
과거를 되돌아 보면서
그렇게 후회했다
내가 육십이 되었을 때
아침은 늘 변화의 시간이었다
간밤의 고뇌 끝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명료한 아포리즘이 아니었다
이불 깃을 끌어당기며
그래 5분이야, 5분만 더…하다가
모두가 알고 내가 아는 단어들을 검토하고
쿡쿡 찔러라도 봐야할 것을
토씨 하나 더 붙이지 못하고
흘려버리고 말았다
내가 육십이 되었을 때
이미 나는 KTX보다도 더 빠른 기차에 올라 앉아
간밤의 풍경과 소리, 물상과 냄새까지도
물밀듯 밀려가는 것만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아, 내가 칠십이 되었을 때
삶의 모든 골칫거리들은 사라질 줄 알았지
해가 중천에 올라 있었을 때까지도
젖은 과일 하나 말리지 못했어
전전긍긍하는 사이 아침은 사라지고
변화의 시간도 사라지고 있었어
이제금 내 앞에 정차해 있는 건
익스프레스, 익-스-프-레-스 레인뿐
마음대로 떠나고 돌아올 자유도 없이
왼쪽으로 오른 쪽으로
요동치는 대로 따라 요동치면서
숲 속으로 깊이 들어갔던가
언덕 위 호숫가에 앉았던가
긴가 민가 하는 사이
삽시간에 마카롱이 구어지는 사이에도
세상은 온통 흐드러지는 춤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