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랑의 길 위에서/배미순 편집장
겨울날 양지쪽 햇살처럼
나도 스며들 곳에서 스며들어
자리 잡는 줄 알았습니다
가 닿지 못한 그리움에 가 닿으려
무량의 어둠을 길들이며 사는 동안
바람은 언제나 없는듯 불었지만
꽃잎은 사정없이 떨어졌습니다
잠시 반짝이는 행복을 위해
너무 멀리 떠나와 있는 지금
혹한을 견뎌낸 얼음새 꽃처럼
밤마다 서러움이 쌓여갔고
사는 것은 시한의 목숨이
낯선 어둠을 만나는 일, 어둠을 껴안고
마지막까지 사투를 벌이는 일이었습니다
동쪽 바다에서 서쪽 먼 하늘 끝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그 낯선 표랑의 길
차마 보일 듯 가깝게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 붉은 노을 바라보며
잠시 밝고 푸른 박모의 들길을 가듯
머지않아 그 길을 홀로 떠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