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슬픔의 자리/이창봉 교수

by 편집장Youngmo posted Jul 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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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문학회 회원들과 함께
 
(시평) # 슬픔의 자리(이창봉 교수)
 -언제나 드는 생각입니다만, 배미순 선생님의 시를 읽고 있으면 인간 존재의 근원을 느끼게 하며 동시에 나에 대한 존재를 다시 들여다 보게 됩니다.이 깊은 감성은 시인의 오랜 사유와 시창작의 결과이리라 생각합니다.시카고에 배미순 선생님이 계셔서 늘 든든합니다. 이 시는 ‘타인의 슬픔을 온전히 나눌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려는 의지를 담담하게 드러낸 수작입니다. 이 시에 담긴 철학은 타자의 고통은 결코 완전히 공유될 수 없다는 실존적 거리감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동시에 그 거리에도 불구하고 함께 실존주의 철학의 가장 근원인 있다, 견딘다, 기다린다는 반복을 통해 연대의 윤리를 제시합니다. 이 점이 배미순님 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즉,  공감의 불가능성과 책임 있는 동행이라는 이중적 인식이 드러납니다.이것은 화자에게 깊은 공감과 따뜻한 사랑의식이 있기에 깊은 연대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 시에 담긴 주제는 타인의 슬픔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곁에서 함께 견디려는 존재의 태도,슬픔의 비공유성과 관계의 지속 의지가 동시에 중심 주제를 이루고 있습니다.그래서 시를 읽는 맛이 깊게 느껴집니다.
 표현을 살펴 볼까요.“무형의 슬픔”, “입구도 없고 통로도 없다” 등 추상적이면서도 공간화된 이미지,그리고“나는 돌아서서 네게 말한다”의 반복은 내면 독백과 간접적 소통 구조를 강화.또한 직접적인 감정 폭발보다 절제된 진술이 특징이며, 말하지 못함과 말하려는 시도의 긴장이 살아 있습니다.
 또한 슬픔과 공감이라는 주제 자체는 보편적이지만,“슬픔이 이동하지 않는다”, “들어갈 입구가 없다”는 설정은 매우 신선합니다.오랜 시창작의 훈련 없이는 나올 수 없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직접 위로하지 못하고 돌아서서 말한다’는 방식이 관계의 어긋남을 독특하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구성면에서 보면 반복과 변주로 이루어진 점층 구조입니다.
 1연:슬픔의 발생과 무력감 
2연;함께있음의 선언,3연;공가의 실패와 견딤.4연;슬픔의 비전이성과 화자의 기다림
이처럼 부정(불가능)----->긍정(동행의지)의 리듬이 반복되며 의미가 심화되는 구조는 사유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이 시는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 울지 못하는 상황 자체를 정직히게 드러낸 점에 공감이 갑니다.화려함 보다는 절제의 반복을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거리와 그 속의 따뜻한 책임을 조용히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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