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인 배미순과 함께 하는 빈 의자의 시간
오늘은 8번째 날입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여름방학이 가까운 어느 날이었습니다. <재연 대구 학생회>가 조직되고 방학기간 중 음대의 황영금, 이인범 교수 등과 합창단원을 초청해 대구에서 큰 음악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그때 음악회를 위한 모금운동을 하러 대구에 내려갔다가 그를 만났습니다. 그 당시 대구의 계성고등학교 강당이 차고 넘치도록 청중들이 몰려와 음악회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렇게 여름방학이 지나가고 가을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문과대학으로 한 남학생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서기였던 내게 음악회의 모금운동에 대해 할 말이 있어 회의를 소집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 어느 날 약속 장소로 나갔을 때, 다른 임원들은 아무도 없었고 그와 나 둘뿐이었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앞으로 50년간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겠다" 는 그의 약속은 50 년이 채 못 되어 사라지고 그는 홀연히 하늘나라로 가버렸습니다.
"당신 혼자 이 세상에 남아있지 말고 빨리 나를 따라 오라"고 한 그의 당부가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는 채 나는 13 년을 이세상에서 더 살고 있습니다. 그가 없는 세상이지만 내가 이 세상에 남아 있으면서 해야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나 봅니다.
>새 소리/배미순
새벽 어둠을 뚫고
한 작은 새의 노랫소리 들린다
몇 번이나 계속되며 같은 음조로
나뭇가지 사이 조그마한 새 둥지에서
무슨 알릴 일이 저리도 일찍 있다는 건지
시작하라
어서 시작하라
아무도 지나간 일 없는 겨울 눈길을
선명한 바퀴살 남기며 달리는
구급차의 정적처럼
그렇게 섬찟하게
그렇게 열정적으로
그대의 하루가 시작되게 하라
새는 여전히 목 울대가 시도록
같은 음조를 되풀이한다
지난 밤 침상에서
그대는 무엇으로 괴로워했나
잠시 후면 사라질
은빛 안개와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답하겠는가
그대는 아직도 살아있지만
반쯤 잔설로 남아있지만
아,그대의 빈 무덤 열어놓고
바람보다 더 빨리 달려올
삯군들의 어깨여
-시간이 있었고
시간이 있으나
시간은 더 이상 있지 않아요-
가녀린 새의 목소리가
내 가슴 한복판을
구급차처럼 가로지르는 새벽
모든 불확실한 것들 속에서
이 땅의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로운 하루의 손을 잡는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