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이제는 한강 이전과 이후로 구분
물고기 모임,정기강좌에서 한강의 작품 논의
물고기 모임(대표 조건상 목사)은 지난 14일 오전 11시 로고스 선교회 건물에서 매달 정기강좌를 열었다.이날 참석자들은 한강의 소식을 간추려 듣고 역사적 트라우마 이야기인 '채식주의자'에 대해 선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와 관련해 신학적 반추를 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건상 목사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보이는 그림을 제시하고 강도 만난 사람이 사건을 무시하고 외면하는 게 아니라 몸 속으로 내면화하고 대상화해서 아픔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고 말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2024년 10월10일,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53세인 한강 작가는 지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아카데미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노벨상 위원회는 1901년부터 문학상을 수여해왔으며, 여성이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18번째다.
노벨상은 주로 나이 많은 백인 남성이 80%를 차지해 왔을 정도이며 여성이자 아시안이고 게다가 젊은 사람에게 이 상이 주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노벨위원회는 “한강의 작품은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이며 현대 산문의 혁신가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음악과 예술에 헌신해 온 인물이며 광범위한 장르를 탐구함으로써 경계를 넘나든다”고 덧붙였다. 섬세하고 시적인 문체와 문학적 환상성이 차별 포인트가 됐다는 분석이다. 소설이지만 운문처
럼 읽힐 만큼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을 쓴다는 점, 민족의 비극을 드러내면서도 개인성에 초점을 맞춘 서사라는 점에서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이다.
>현재 세계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
2007년 출간된 '채식주의자'가 거의 10년 만인 2016년, 데보라 스미스에 의해 영어로 번역된 후 맨부커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정보라의 '저주토끼', 천명관의 '고래',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 등이 최종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22년에는 이수지 작가가 한국인 최초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2016년 부커상 수상에 이어, 지난해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로 꼽히는 메디치상 외국문학상까지 받으면서 노벨 문학상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평을 받았다. 그의 다른 작품으로는 '소년이 온다', '희랍어 시간', '회복하는 인간' 등이 있다.
지난 수년간 한국문학번역원을 중심으로 지원이 이어졌고, 한국의 K팝과 K 드라마에 이어 K문학 등 콘텐츠 인기로 인해 자연스레 한국어를 번역하고자 하는 사람도 늘었다.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에서는 K 대 출신 봉준호가 지난 2020년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수상하며 영화사를 새로 써서 세계적인 인기였다면 올해 노벨 문학상엔 Y대 출신 한강으로 인해 연고대는 계속 왈가왈부 중이다.
> 한강의 출생과 이혼
광주 광역시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출생해 초등학교 때 서울로 전학했다.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해 서울 예술대 문예 창작학과 전임교수를 2007년부터 2019년까지 지냈다. 대학시절 ‘시 창작론’강의 시간에 시를 발표했는데 교수님이 “무당기가 보인다”라고 말해 작가의 꿈을 꾸게 돠었다고 한다. 오빠 한규오(소설가),남동생 한강인 (소설가 겸 만화가), 문학평론가인 남편 홍용희 교수(경희 사이버대)와는 오래 전에 이혼했다고 밝혀졌다.
결혼한지 얼마가 지나자 아이 낳기를 거부한 한강은 “세상이 아름다운 순간들도 분명히 있고, 현재로선 살아갈 만하다”면서도 “아이가 이런 생각에 이를 때까지의 잔혹한 현실의 터널을 어떻게 빠져나올지,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내가 대신 살아줄 수 있는 몫도 결코 아닌데 어떻게 그것들을 다시 겪게 하냐?”고 했다 한다.당시 남편이었던 홍용희 문학평론가는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라며 “여름엔 수박이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라고 하며 “그런 것 다 맛보게 해 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 주고 싶지 않냐”고 되물었다는 얘기도 있다. 한강은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며 “정말로 놀랐고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조용히 축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강은 아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책방오늘’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괜찮아(한강의 시)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아파서도 아니고
(이하 생략)
사진; 물고기 모임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