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도서관 관장/배미순

by 편집장Youngmo posted Jun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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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도서관 2.jpg

 

>느티나무 도서관 관장/배미순

 

 

 

정희 씨 남편 박용석 씨는

 

평생 늠름한 시카고의 CPA였다

 

책사랑이 넘친 그는 은퇴 후

 

느티나무 도서관을 만들었다

 

 

 

누군가는 회비를 내며 박수를 쳤고

 

누군가는 아름드리 느티나무 그림으로

 

누군가는 수년간 자원봉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열정도

 

세월 앞에서는 점점 무너져 갔다

 

 

 

책의 글자는 한 사람 한 사람

 

가물거리는 눈을 시리게 했고

 

사랑하던 젊은 사위를 앞세우더니

 

노후엔 함께 살자던 정든 친구마저

 

서산의 해처럼 사라진 뒤 팬데믹에

 

느티나무 도서관도 느닷없이 문을 닫았다

 

 

 

휘날리던 눈섶 까지 백발이 된 어느 날

 

앙상한 모습으로 목발을 짚고 나타났지만

 

눈물이 어려 차마 마주 볼 수도 없었다

 

세 딸이 모여 사는 샴페인으로 간다고 했다

 

 

 

책도 버리고 시카고도 버리고

 

사랑 하나 품고 향하는 새로운 은신처엔

 

백발이 되어도 버리지 않으마 다짐하신

 

그분의 약속이 살아있는 곳

 

풀뿌리 돋고 꽃들이 피어나듯

 

용맹스런 책사랑도 다시 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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