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렌 소리/성유나(시인)
‘너희 아버지 불러라’
거역할 수 없이 확실하게 죽음이
어머니의 언저리에 왔다.
응급차 사이렌 소리가 다급하다.
나는 그녀가 살아온 자갈길을 떠올린다
불화덕을 이고 시집 온 처녀는
잦은 바람으로 불이 꺼지려 할 때마다
꺼트리지 않으려고 사력을 다하며 살았다.
불을 이어주고 자갈이 된 어머니
자갈을 무겁게 누르고 있던 바위에서
자갈이 하나씩 몸 밖으로 떨어져 나간다
바위가 자갈을 싣고
한밤중 경부고속도로를 달린다
'살고 싶다'라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응급차 사이렌 소리에
어둠이 흠칫흠칫 놀라 떨어지고
소리의 끝을 길게 늘이면서
죽음의 한복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