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너는 아니?/장영은(수필가)

by 편집장Youngmo posted Apr 1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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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너는 아니?
 장 영 은(수필가)

사월의 어느 아침
신경뿌리 치료를 받고 크라운을 씌우기로

 

약속을 치과로 가는 길이
비가 내려 온갖 세상의 더러운  공기가
모두 씻겨져 내린 맑고 눈부시다
잇몸에 주사 바늘이 찔리자 

 

오래 전에 넣었던 금니를 톱으로 켜는 소리가 

 

구름 없는  하늘과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마취주사 덕분에 아무런 고통없이
충치 제거와 크라운을 씌울 준비를 마치고 나오니

 

새털처럼 마음이 가볍다

이번 주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고난주일
내일은 성금요일이고
영어로는 Good Friday!
그리스도가 세상 죄를 모두 짊어지고
인간의 죄를 대속하신 날이라서
좋은 날이다

가에 수선화가 옹기종기 피고
담벼락에 개나리가 온통 노랑으로 물들어

 

목련나무에 꽃봉오리가 달리는 이맘 때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이해인 수녀이자 시인

꽃이 꽃이
사실은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때도
사실은 아픈거래
......
우리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들리진 않지만
세상엔 아픈 것들이 많다고
아름답기 위해서는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친구야
봄비처럼 고요하게 아파도 웃으면서
너에게 가고 싶은 마음
너는 아니?
향기 속에 숨긴 나의 눈물이
송이 꽃이 되는
너는 아니?

아름답기 위해선 눈물이 필요하다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하시던 이야기가

 

자꾸 생각나는 ... 자꾸 자꾸 생각나는

이해인 수녀와 그리스도
송이 백합꽃 향기와  이해인 시집
돌아가신 어머니와 다가올 오월이
자꾸 오버랩되며 떠오르는
부활의 아침을 맞는 나의 소망일까 싶다

 

 

 

 

 

 

 


*제안 혹은 질문이 있는 경우 imseniorweb@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