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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마트에서 울다'란 책 읽어 봤어요?/배미순 편집장

by 편집장Youngmo posted Feb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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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5 /배미순 편집장 

 

'H마트에서 울다'란 책 읽어 봤어요?

H 마트에서 울다.jpg

 

 

 

두 달전 어느 날, 우리 집을 방문한 작은 아들은 엄마, 에세이집 'Crying in H Mart(H마트에서 울다)'란 책 읽어 봤어요?”라고 물었다.”아니, 못 읽어봤는데…”라고 하자 그 애는 미국계 한국인 미쉘 조너가 쓴 이 책이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말해 주고 온라인으로 책을 들을 수 있도록 신청까지 해주고 돌아갔다. 다이어트를 한다며 줄곧 거절하는 큰애와는 달리 내가 해준 한국음식도 잘 먹어주고 문우들이 함께 만든 시집 앨범도 단 번에 쓰윽 감상하더니, 거기에 나온 그림까지 오더해준 덕분에 아들이 하나뿐이었으면 어떡할 뻔했어?”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작년 5월에 나온 이 책은 이때까지 한국 출판사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는데 2월말에 문학 동네에서 출판되었다는 소식이 최근에 있었다.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인 신예 보컬의 가슴 뭉쿨한 성장 에세이인 이 책은 출간 즉시 미국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2021년 뉴욕 타임스, 타임, 굿리즈,NPR 같은 유수의 언론매체와 아마존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버락 오바마 추천도서에 꼽히기도 했다.

 

 

내가 그동안 무심하게 수십 번도 더 드나들었던 그 H 마트에서 이런 베스트 셀러가 탄생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구나 사랑하는 가족과 한국 음식에 얽힌 슬픔과 사랑에 관한 강렬한 이야기가 미 전역은 물론 버락 오바마까지 사로 잡았다니, 저자의 세심한 배려와 눈썰미, 남몰래 흘린 눈물, 글쓰기에 대한 끈기가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5년 사이 이모와 엄마를 모두 암으로 잃었다는 저자는 H 마트에 가기만 하면 어느 모퉁이에선가 눈물을 흘린다고 했다. 어렸을 적부터 한국 문화를 접하게 해준 엄마를 떠나 보내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마저 희미해지던 어느 날, 한인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 먹던 엄마와의 생생한 추억을 되살리며 내 사랑은 계속될 거예요하며 이 글을 썼던 것이다. 밴드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를 통해 암으로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담아낸 1 'Psychopomp'(저승사자) 2016년 솔로 데뷔했고, 이듬해 발표한 2 'Soft Sounds from Another Planet'(다른 별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소리)는 롤링스톤, 스테레오검 등 음악매체에서 올해의 앨범으로 선정됐다. 2017년과 2019년에는 내한공연도 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 매거진은 그녀를 2021년 주목해야 할 아티스트 12인 중 한 명으로 꼽았다. 2021 그래미 시상식에서베스트 뉴 아티스트부문과베스트 얼터너티브 앨범부문 후보에 올랐다고 하니 더더욱 사랑스럽다

 

한국 식문화의 첨병으로 생긴지 40년이 된 H마트는 미쉘 조너가 책을 쓸 때만 해도 미국 14개 주 70여 곳에 있었는데, 작년에는 미 전역에서 10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한 해에 15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정도가 되었다. 80년대 초에는 미국의 동양인 인구가 전체의 1.5%에 불과해 가장 외로운 미국인에 불과했었는데 현재는 2200만 명의 아시안 인구로 미 전체의 7%에 달하고 있다. 빌보드 1위를 차지한 BTS 뿐만 아니라 K , K 뷰티 등으로까지 발전에 발전을 더하고 있고 한인 마트에서는 다양한 먹거리가 우리의 식욕을 돋워주고 있다.

 

저자가 좋아한 만두피, , 뻥튀기, 죠리퐁, 갖가지 밑반찬 등과 계절과 명절에 리듬을 맞춰 가며 ‘고향의 맛’을 찾게 해주는 뚝배기에 담긴 찌개와 떡볶이, 탕수육, 짬뽕, 볶음밥과 짜장면을 파는 한국식 중국 음식점도 있는데다 요즘에 와선 강원도 산 각종 말린 나물에 제주도산 조기에 갈치 구이 재료 등 없는 것이 없을 정도다. 말 대신 음식으로 사랑을 보여준 엄마! 생일날에는 미역국을 끓여주고, 테라스의 뜨거운 철판 위에 두툼한 삼겹살을 굽고 삼겹살 쌈을 만들어 주었고 간장게장을 쪽쪽 빨아먹거나 산낙지를 초고추장에 푹 찍어 입에 넣을 때면 “넌 진짜 한국 사람이야.” 하며 감탄하던 엄마를 잊지 못해 남몰래 울던 그녀의 눈물이 우리를 울린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 13년간 공황장애를 앓은 똥파리의 양익준 독립영화 감독 겸 배우는 이 작품의 성공 후 어머니께 빌린 1천만원을 돈다발로 모두 갚았다고 한다. 최근 넷플릿스가 내놓은 지옥의 성공으로 진경훈 역을 맡은 양익준이 또 한 차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다시 한국의 모정을 사무치게 그린 ‘H마트에서 울다 가 이 봄을 휩쓸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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