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4)/배미순 편집장
가문비 나무는 춤을 추는데
세상은 무너지고 있으나
가문비 나무는 춤을 춘다
이리저리 뛰는 시류에 휩쓸려
사람들은 종횡무진 미궁에 빠진다
누군가는 노스트라디무스의
예언서대로 지구 종말을 논하고
누군가는 신경과 혈관 속에서 갈기갈기
오관이 찢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시련을 이기고 살아남은 자들은
축배를 들고 새 기쁨 새 환희에 떨게 될까
세상은 무너지고 있으나
가문비 나무는 춤을 춘다
(졸시;가문비 나무는 춤을 추는데)
한 달 전부터 만나려고 벼르던 사이의 지인들이 지난 주엔 눈이 많이 온 탓에 또 한 주를 늦춰서야 겨우 만났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일행 중 한 명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전날 함께 시장을 갔다가 아내가 물건을 고르고 하는 것이 조금 늦어진 사이, 다리에 무리가 와 주저앉게 되어 앰블런스를 부를 뻔하기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또 지난 주말 만나기로 한 지인 중에는 친구의 오미크론 확진 증상으로 놀라서 만남을 취소했고 그날 함께 만나고 싶었던 한 분은 전화도, 이메일로도 연락 두절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을 앓고 있는 A는 부엌에서 반찬을 만드는 사이 전화가 와 받고 있다가 연이어 또 다른 전화를 받게 된 사이, 부엌일은 깜빡 잊고 있다가 냄비를 태웠다고 하면서 “어쩌다가 내가 이런 사람이 되고 있나”싶어 푸념을 하고, 팔순의 B씨는 차를 R에 주차한 뒤 무심코 내리는 사이, 저절로 뒤로 뒤로 밀려나 뜻밖의 변고를 당했다고 했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어머, 나도 그랬는데…”하며 박장대소를 친구들이 꼭 있습니다. 이생진 시인도 ‘아내와 나 사이’라는 시에서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누구의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고 모르고/그가 내 아내인 줄고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하고 슬픈 노인들의 현상을 적나라하게 표현했습니다.
시니어 아파트에 살게 되면서 좀 더 자주, 아파트 앞에 앰블런스 차가 와 있는 것을 종종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마다 누군가가 아픈가, 누군가가 집에서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는가? 하는 궁금증이 일곤 합니다. 이른 새벽에도 교회를 가거나 개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부지런한 입주자가 있는 반면에 맨발로 집을 나와 코너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성도 있고 저녁때까지도 이 집 저 집의 문을 두드리며 파워볼 게임 종이를 나눠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근에 나는 ‘시카고 시니어 클럽’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사람이니만큼 페이스 북에서 친구를 조금 늘여볼까 하는 마음에서 그 영역을 살짝 확장했다가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소통한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점잖게 생긴 분이 “왜 침묵하냐?” “왜 대답을 안 해주냐?”고 채근하는 통에 서둘러 문을 닫아 걸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겉에 드러나는 얼굴만 보고 세상 사람들의 속까지 읽어 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대선 한 달도 채 안 남은 이 시점까지 대통령 후보 중 누가 진짜 대통령 감인가를 가려내고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제, 오는 15일부터 대선 공식 선거일정에 돌입합니다만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적폐 청산’문제로 심각하게 대립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 씨는 ‘법카 유용 의혹 사건’에 휘말려 ‘과잉 의전이냐 불법 의전이냐’를 두고 온 국민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경기 도민의 혈세를 두고 김 씨의 맹탕같은 사과에도 불구, 진정성 여부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반면에 소고기 팩 배달에 이어 초밥 10인분은 누가 다 먹었냐를 두고 “대식가인가? 아니면 집에 기생충이라도 살고 있나?” 하다가 결국, 제보자 A 씨의 양심선언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닭백숙에 복어집 요리, 베트남 쌀국수에 중국 요리까지… 경기도 5개부처 예산이 모두 동원되어 ’방역대책 논의’ ‘지역 상생비’ 노사협력비’ 등으로 쓰였다고 했고 “코믹 드라마가 쪽대본처럼 나오고 있다”한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는 좋은 대통령, 어진 대통령이 꼭 당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